후주석 18일 방미…역대지도자 중 가장 힘든 길 될듯

  • 입력 2006년 4월 16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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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자격으로 18일 미국을 방문한다. 2003년 3월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첫 공식 방문이다.

후 주석은 이날 서부의 시애틀을 먼저 방문한 뒤 20일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21일엔 예일대에서 강연을 한다.

중국은 방미를 앞두고 사상 최대규모의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전정지 작업에 힘을 쏟았지만 후 주석이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돌아올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사전정지 작업= 중국의 사전정지 작업은 전방위(全方位)로 이뤄졌다.

먼저 미국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달 초 우의(吳儀)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대규모 구매사절단이 미국 13개주를 돌며 사상최대 규모인 162억1000만 달러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광우병 파동으로 중단한 미국산 쇠고기도 수입을 재개키로 했다. 90%가 복제품인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강력한 단속도 약속했다. 쌓이는 달러를 줄이기 위해 개인 및 기업의 해외주식 투자도 처음으로 허용했다.

13일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에서는 중국 공산당 정부 수립이후 처음으로 세계불교포럼이 열렸다. 중국이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선전하기 위한 대회다.

▽현안과 입장= 가장 큰 현안은 무역불균형과 위안화 추가절상 문제.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16억 달러에 이른다. 전체 무역적자액 7258억 달러의 27.8%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미국은 무역역조의 원인이 중국의 환율조작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환율은 시장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또 미국의 첨단제품을 사려고 해도 적성국이라며 중국에는 팔지 않는 것도 무역역조의 한 원인이라고 역공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당초 중국이 무역역조 해소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경우 중국산 수입품에 27.5%의 보복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지난달 말 의회에서 통과시키려 했다가 표결 시점을 9월로 연기했다.

최근 급속히 불거지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도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은 중국의 요구에 맞춰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중국과 대만으로 갈라진 현상유지를 선호한다.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해법도 서로 다르다. 여차하면 무력도 불사하고픈 게 미국이지만 중국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잠재적 적대국'인 중국이 군사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미국으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에 군사비 지출의 투명화를 요구하고 탈북자 북송에 대한 유감도 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전망= 중국이 대규모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사절단을 보내는 등 선물 공세를 펼쳤지만 전망이 좋은 편은 아니다.

미국은 위안화 가치가 20% 이상 절상되기를 바라지만 10일 8.004까지 내려갔던 위안화 환율은 14일 8.0163으로 되레 올랐다. 올해 3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111.9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무려 98.5%나 증가했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후 주석을 계속 압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힘이 커진 중국은 이제 할 말은 당당히 하고 싶어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국민은 후 주석이 부시 대통령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

이래저래 후 주석으로서는 역대 지도자로서는 가장 힘든 방미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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