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반군 무장투쟁 네팔 카트만두 다시 戰雲

  • 입력 2006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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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관문’ 네팔 카트만두가 전운에 감싸였다.

31일 서울 이태원처럼 네팔의 대표적 외국인 쇼핑지역인 카트만두의 타멜 거리. 평소 남대문시장보다 인파가 더 많아 어깨가 부딪치기 예사인 이곳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그 대신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공산반군(마오이스트)과 정부군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는 보도에 네팔의 ‘주 고객’인 유럽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 세공품 판매상 도지 카르미 씨는 “지난해보다 유럽 관광객이 80%는 줄었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1996년부터 10년째 정부를 상대로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공산반군은 이달 들어 카트만두로 들어가는 도로를 봉쇄한 데 이어 6일 총파업을 선동하고 있다. 공산반군이 총파업을 계기로 카트만두로 진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반군이 카트만두에 진격한 적은 없었다. 지난해 정부와 휴전협정을 맺었던 공산반군은 올해 다시 무장투쟁에 나서 이달 들어서만 86명의 사상자를 냈다. 10년간 희생자는 무려 1만3000여 명.

정부군의 방어선도 강화됐다. 지난달 29일 기자가 카트만두 시내에서 동쪽으로 30km 떨어진 나가르코트까지 이동하는 동안 5, 6차례나 검문을 받아야 했다. 평소엔 검문을 1, 2차례 했을 뿐이다.

지난해 2월 의회를 해산하고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면서 민심을 잃은 갸넨드라 국왕은 국민이 총파업에 호응할 움직임을 보이자 단호한 조치에 나설 태세다.

사업가 앙파상 세르파 씨는 “국왕이 총파업을 막고 공산반군의 통신을 방해하기 위해 며칠 안에 휴대전화는 물론 일반전화까지 모두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갸넨드라 국왕은 지난해 의회 해산 직후에도 전화와 인터넷은 물론 공항 레이더망까지 중단시킨 적이 있다. 또 산악지역을 근거로 한 공산반군이 휴대전화(주로 국번 9861)를 이용한다는 점을 들어 이를 8개월이나 제한했다.

카트만두엔 지난 4개월 동안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아 국민은 식수난과 식량난(주로 채소)을 겪고 있으며 전기도 하루 4, 5시간씩 끊기고 있다. 소규모 수력발전에 전력 공급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왕이 또 다른 조치를 내리면 가뜩이나 피폐한 삶을 살고 있는 국민의 분노가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곳 반응이다.

군인들의 움직임도 무척 부산하다. 기자는 지난달 30일 왕궁과 미국대사관이 마주보고 있는 곳에서 근무 중인 군인들을 찍다가 카메라를 압수당하고 초소까지 연행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평소 외국인들을 관대하게 대해 오던 것과는 무척 대조적인 반응이다.

공산반군이 외국인을 해친 경우는 없다. 하지만 네팔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의 안전을 100% 보장할 수는 없는 상황. 현재 에베레스트(해발 8850m) 등반을 위해 네팔을 찾은 한국 원정대만 9개 팀. 여기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방문한 관광객도 28일 하루에만 100여 명에 이른다.

아직 카트만두에 머물고 있는 원정대는 박영석 에베레스트 횡단 원정대와 전남대, 제주연맹, 제주설암산악회 등 4개 팀 40여 명. 이들은 모두 중국(티베트) 쪽 북릉 베이스캠프에서 등반할 계획이라 총파업 여파로 사태가 악화되기 이전에 네팔과 중국 국경을 넘기 위해 이동용 차량 섭외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카트만두=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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