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유교 제례에도 韓流 바람

  • 입력 2006년 3월 6일 02시 59분


코멘트
5일 대만 타이베이 공묘 대성전 앞에서 석전대제를 치른 한국 박약회 회원들. 타이베이=권재현 기자
5일 대만 타이베이 공묘 대성전 앞에서 석전대제를 치른 한국 박약회 회원들. 타이베이=권재현 기자
한류(韓流)의 흐름을 타고 한국의 전통 유교(儒敎) 제례도 아시아로 뻗어가고 있다.

퇴계학의 현대적 계승을 목표로 하는 유림단체인 박약회(博約會) 회원 330여 명은 5일 대만 타이베이(臺北) 공묘(孔廟·공자 사당) 대성전(大成殿)에서 치전(致奠·제례)을 올렸다.

타이베이 시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박약회가 진행해 온 아시아 순례 공묘 제례의 3번째 행사. 재작년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둥(山東) 성 취푸(曲阜)의 공묘를 시작으로 작년 베트남 하노이 공묘를 거쳐 대만까지 상륙한 것이다.

박약회의 이번 치전은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한국의 성균관에서 치르는 공자에 대한 제사인 석전대제(釋奠大祭) 의식 절차를 준용했다. 그러나 날것 그대로 제수를 진설하는 한국과 달리 소, 돼지, 양을 통째로 삶아 올렸다.

타이베이 시는 이날 박약회 치전에 앞서 고유제와 100명으로 구성된 시립 국악단 청소년단의 제례악 연주, 초등학생의 일무(佾舞·공묘 제례에 추는 춤) 시범 등을 선보였다.

이어진 한국 주관의 치전에서는 초헌관(初獻官) 이용태(李龍兌·전 삼보그룹 회장) 박약회 회장이 첫 잔을 올리는 초헌례에 이어 대축(大祝·축문 읽는 사람)이 축문을 낭독했다. 둘째 잔을 올리는 아헌관(亞獻官)은 이동승(李東昇) 서울대 명예교수, 마지막 잔을 올리는 종헌관(終獻官)은 이수학(李洙鶴) 박약회 수석부회장이 맡아 1시간여에 걸친 제례를 마쳤다.

고유제를 주관한 예제성(葉傑生) 타이베이 시 민정국 부국장은 “대만 공묘에 외국인들이 찾아와 치전을 올리기는 처음”이라며 “유교의 발원지는 중국이었지만 이를 더욱 체계화한 한국 퇴계 선생 후예들의 예를 보고 공자의 위대함을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1987년 출범한 박약회는 논어(論語)에 나오는 ‘박문약례(博文約禮·글을 널리 배우고 익혀 예로써 요약해 실천한다는 뜻)’에서 이름을 따온 사단법인이다. 박약회는 유교권 국가 중 공자에 대한 전통 제례를 가장 잘 보존한 것으로 꼽히는 한국의 석전대제를 시연함으로써 아시아권에 유교 바람을 일으키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박약회가 재작년 취푸 공묘에서 대규모 석전대제를 치른 뒤 이에 자극받은 중국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9월 28일(양력 공자 탄신일) 정부 주관으로 대규모 제례를 올리기도 했다. 대만은 오래전부터 매년 9월 28일을 ‘스승의 날’로 삼아 국가 주관 아래 공묘에서 석전대제를 올리는 등 전통을 잘 보존해 왔다.

타이베이=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