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in Korea]파키스탄 칼리드 대사-한국인 부인 송성희 씨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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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드 칼리드 주한 파키스탄대사와 한국인 부인 송성희 씨. 사진은 8일 서울 이태원동 대사관저에서 찍은 것이다. 강병기  기자
마수드 칼리드 주한 파키스탄대사와 한국인 부인 송성희 씨. 사진은 8일 서울 이태원동 대사관저에서 찍은 것이다. 강병기 기자
2005년 10월 파키스탄 동북부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6의 강진은 8만7000여 명이라는 엄청난 희생자를 냈다. 지진 발생 이후 서울에 있는 마수드 칼리드(51) 주한 파키스탄대사와 그의 한국인 부인 송성희(44) 씨도 숨 가쁘게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15일엔 마호메트 만평에 항의하는 파키스탄 시위대가 페샤와르에 있는 삼미대우 소유의 버스터미널에 불을 지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송 씨는 “유감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한국의 파키스탄 지진 구호 봉사대원들 얘기를 할 때는 목소리가 한껏 밝아졌다. 남편 칼리드 대사가 “아직 겨울이 혹독하지만 구호의 손길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한국 국민의 따뜻한 도움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하자 송 씨가 말을 이었다. “일주일 전 봉사대 발족식 겸 강연회에 갔어요. 봉사대원들은 고등학교 졸업생 120명이었어요. 편하게 방학을 보내기보다 추운 그곳까지 가서 봉사하려는 자세에…. 저는 남편을 따라 20년 만에 다시 찾은 모국의 발전을 이런 모습에서 느끼곤 합니다.”

그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대원들이 ‘현지 아이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페이스 페인팅을 해 줘도 되느냐’는 순수한 질문들을 하더라”면서 “그렇게 희망을 주려는 자세가 감동적”이라고 덧붙였다.

칼리드 대사는 본국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지난 5개월간 서울을 떠나 있었다. 송 씨는 그동안 주한 대사 부인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언론을 통해 파키스탄의 참상을 알렸다.

“관저까지 정말 끊임없이 전화가 걸려 왔어요. ‘뭔가 도울 수 없느냐’던 따뜻한 음성들을 잊지 못합니다.”

송 씨가 칼리드 대사를 처음 만난 건 1985년. 대학 졸업 후 외교관이었던 서울 형부 집에서 잠시 머물 때였다. 그때 형부 집에서 31세의 신참 파키스탄 외교관 칼리드 씨를 처음 만났다. 이후 송 씨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혼자 호주 유학을 감행했고, 칼리드 대사도 뉴욕의 유엔본부로 근무지가 바뀌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고 1991년 파키스탄에서 결혼했다.

서로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송 씨가 한국어로 “무언가를 항상 깨닫게 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칼리드 대사가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영어로 말해 달라”고 아내를 재촉한다.

“당신은 내게 가장 훌륭한 선생님과 같다고 말했다”고 하자 칼리드 대사의 얼굴엔 금방 환한 미소가 번졌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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