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언론 매수했다

  • 입력 2005년 12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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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언론자유 신장을 강조해 온 미국 정부가 이라크 언론에 돈을 줘가며 홍보용 기사를 작성해 내보냈다는 고발 기사가 또다시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11일 “미 백악관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비밀위원회를 설립하고 민간회사인 렌돈 그룹과 276억 원 규모의 계약을 한 뒤 미국 정부가 쓴 이라크어 기사를 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내용은 LA타임스의 지난달 30일자 보도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앞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6일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연설에서 “미국은 부정확한 보도로 손해를 본다. 아직 우리도 확인 못한 (이라크의 언론매수 사건) 내용이 지구 한 바퀴를 돌면서 사실로 굳어졌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LA타임스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대테러 정보전략정책 조정위원회’가 설치됐고 2002년 말부터는 국방부가 이라크의 민심 잡기 공작을 펼쳤다.

국방부의 정보공작은 심리전문가 1200명이 참가하는 정보전 부대와 워싱턴에 위치한 민간기업 링컨그룹이 구성한 민간용역업체를 근간으로 시작됐다.

이라크 언론기관은 사담 후세인의 몰락 이후 미국의 자금지원(1000억 원)으로 그 수가 크게 늘어난 상태. 신문사 200여 개와 방송국 17개가 활동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를 두고 “암흑 같던 이라크 언론자유의 획기적 신장”으로 평가해 왔다.

신문들은 링컨그룹이 미군의 감독 아래 400∼500달러의 월급을 미끼로 현지 기자들을 매수했고 미국에 유리한 기사나 칼럼이 작성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내용은 △미군과 이라크군의 활동 상황을 알리거나 △무장 저항세력을 비난하고 △이라크 재건을 위한 미군의 노력을 선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기사는 독립적으로 일하는 언론인의 이름으로 실렸다. LA타임스는 “물론 대부분이 사실에 근거했다는 점은 맞다”고 썼다.

그러나 이 같은 기사나 광고를 위해 건당 최고 2000달러가 현지 언론사에 지불됐다. 국방부 문서에 따르면 이렇게 실린 기사나 광고가 15개 매체에서 1000건을 넘어섰다.

바그다드 주둔 미군 대변인인 배리 존슨 중령은 “납치 살해를 자행하는 무장단체들에 맞서려면 이 정도의 정보전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상원지도부는 “해외에서 미국의 신뢰성이 매우 중요한 만큼 청문회를 통해 이 문제를 따져보겠다”고 반응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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