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연쇄 폭탄테러 50여명 사망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요르단 수도 암만 중심가의 호텔 3곳에서 9일 밤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56명이 숨지고 115명이 부상했다. 10일 오전 바그다드에서도 폭탄 테러를 당해 33명 이상이 숨졌다.

이라크와 이스라엘 사이에 위치한 요르단이 테러의 새 표적이 되면서 이라크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는 자살 폭탄테러의 도미노식 확산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암만 테러=첫 폭발은 이날 저녁 9시 2분쯤 5성급 호텔인 래디슨 SAS 호텔에서 일어났다. 범인은 결혼식 피로연이 열리고 있던 호텔 연회장으로 뛰어 들어 제지할 틈도 없이 몸에 두른 폭탄을 터뜨렸다. 피로연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요르단인인 양가 친척 8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신랑도 크게 다쳐 병원에 실려 갔다.

거의 같은 시간, 몇 블록 떨어진 그랜드하이엇 호텔에 들어서는 중년 남자의 몸이 유난히 불룩해 보였다. 경비원이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묻자 그는 “그냥 구경하고 있다”는 대답을 하고는 순간적으로 폭탄을 터뜨렸다. 호텔 로비에 서있던 수십 명이 거꾸러졌다. 잠시 후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의 데이스 인 호텔 입구에서 폭탄을 실은 차량이 정지 지시를 받은 뒤 폭발했다.

하루 뒤인 10일 알 카에다는 이라크 알 카에다 대변인 명의로 인터넷 성명을 내고 “요르단이 암만의 호텔들을 유대인과 십자군의 ‘뒤뜰’로 바꾼 데 대한 대가로 테러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알 카에다가 통상 테러 공격 후 이용해 온 웹사이트에 게재됐다.

바셀 타라우네 요르단 정부 대변인은 이날 테러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 몇 명을 체포했으며 신원이 밝혀진 희생자 26명 중 요르단인이 15명, 이라크인이 5명 등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방대 대표단 3명도 이번 테러로 숨졌다.

요르단은 인구의 90% 이상이 수니파 이슬람교도지만 친미·친이스라엘 정책을 취해 왔으며 미군의 물자수송 길목 역할을 해 이라크 저항세력의 표적이 돼 왔다. 요르단은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등 수배 중인 테러 용의자들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번 테러의 표적이 된 호텔 3곳은 이스라엘 관광객과 미국 취재진 등이 주로 이용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바그다드 테러=이라크 경찰은 범인이 10일 오전 9시 40분쯤 셰러턴 호텔 부근의 레스토랑에 들어와 몸에 두르고 있던 폭탄을 터뜨렸다고 밝혔다. 이 음식점은 경찰관들이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자주 찾는 곳으로, 경찰은 범인이 이라크 경찰의 치안유지 활동에 타격을 주기 위해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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