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3,4위 ‘중국 3개항만’을 가다…동북아 물류 싹쓸이박차

입력 2005-11-10 03:06수정 200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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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 항은 수심이 깊고, 남부에 있는 주장 강 삼각주의 공장들과도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 최근 6, 7년간 항만 처리 물량이 10배가 늘어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선전=유재동 기자
중국 상하이(上海)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약 70km 떨어진 루차오(蘆潮) 항.

이곳에는 서울의 절반 크기에 이르는 물류도시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3년 전만 해도 이곳은 한적한 어촌 마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곳에 2003년부터 세계 굴지의 물류, 제조업체가 속속 입주를 시작했다. 연안에 토사(土砂)를 쌓아 40km²의 매립지도 만들었다.

이 도시는 양산(洋山) 섬과 해상대교로 연결된 배후(背後)지. 양산 섬에는 중국 정부가 ‘세계 최대’라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건설 중인 해상 항만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에 와 본 외국 기업인들은 저마다 “물류단지의 입지로는 최고”라며 칭송하고 돌아갔다.

▶본보 10월 13일자 A1면 참조

○ ‘만만디’ 중국, 항만은 예외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 항만들은 보잘것없었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 중국 항만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 상하이, 선전(深(수,천)) 등 주요 항만 물동량은 2, 3년에 2배꼴로 불어났다. 그 뒤에는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경제가 있었다.

양산항은 동북아 물류를 ‘싹쓸이’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상하이 항만청(SIPG)이 정한 양산항의 하역비는 1TEU(길이 6m의 컨테이너 1개)당 350위안(약 4만7000원). 기존 상하이 항 터미널의 하역비는 오히려 인상했다. 양산 항으로 화물과 서비스를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한진해운 중국지역본부 이종남 사업개발부장은 “정부가 상하이 주변 중소 해운사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시장구조를 철저히 양산 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항만 효율화로 물류를 독점한다

홍콩은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홍콩 항은 부지를 더는 늘릴 수 없었다.

하지만 홍콩국제터미널(HIT)은 “기술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홍콩은 ‘엔젠(nGen)’이라는 운영감시시스템을 1996년 도입했다. 선박 입출항 절차를 간소하게 하기 위해 만든 이 시스템에는 각 화물의 운반 상태가 색상별로 표시된다. 선박에 화물이 안전하게 실리지 않으면 즉시 모니터에 빨간색의 경고문이 뜬다.

이런 최첨단 시스템으로 항만 효율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선박이 항만에 들어와서 화물을 싣고 나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6∼8시간. 한국은 12시간 이상 걸린다. 싸고 빠르게 화물을 운송해야 하는 손님들에게는 큰 이득이다.

선전 항도 최근 운영 체계를 대폭 손질했다. 크레인 한 대가 한 시간에 운반하는 화물 개수는 2002년 26.5개에서 2005년 35.8개로 늘었다. 역시 부산항(30.6개)보다 높다. 노조가 인력 공급을 독점하는 한국과 달리 별다른 노사갈등이 없었던 것도 발전의 큰 이유다.

이곳 터미널 관계자는 “빠르게 일이 진행돼도 지금까지 사고 한 번 난 적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선전 항의 물동량은 현재 연간 1000만 TEU가 넘는다.

○ “부산항에선 이제 배울 게 없다”

“4, 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손님을 다들 따뜻하게 맞았지만 지금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한마디로 부산항에서는 더 배울 게 없다는 뜻이죠.”

상하이에 진출한 한국 해운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제 중국은 경쟁 상대를 자국 내에서 찾는다. 지난해 현재 홍콩, 상하이, 선전 항은 항만 처리능력 기준으로 각각 세계 1, 3, 4위. 그러나 이런 발전 속도라면 상하이와 선전이 2위 싱가포르를 제치는 것도 시간문제다.

중국 정부는 항만끼리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항만청은 자신의 관할 항만에 선박을 유치하는 공무원들에게 성과급을 주고 정기적으로 해운선사 사무실을 방문해 애로 사항을 듣는다.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 못지않다. “출혈경쟁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홍콩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동북아 물류 중심이 되려면 이런 서비스 시스템부터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상하이·홍콩·선전=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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