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리 前총리 피살, 시리아-레바논 고위관리들 합작”

  • 입력 2005년 10월 2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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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피살에는 시리아와 레바논의 고위 안보 관리들이 관련됐다고 이 사건을 조사한 유엔 조사단이 20일 결론 내렸다.

특히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매형인 군 정보 사령관이 암살범 조작에 간여한 것으로 지목돼 정권 차원의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유엔은 조사단의 활동 시한을 12월까지 연장할 예정이어서 조사 결과에 따라 시리아를 제재하라는 국제 여론이 갈수록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조직적 개입=데틀레프 멜리스 유엔 조사단장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한 보고서는 시리아 정부를 직접 거론했다. 하리리 전 총리 암살은 시리아 고위 안보 관리들의 승인 없이는 결정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조사단 활동에 정통한 한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시리아 2인자인 아세프 샤카트 군 정보 사령관이 핵심 혐의자로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샤카트 사령관이 하리리 전 총리 암살범을 조작하는 데 앞장섰다고 전했다.

샤카트 사령관의 개입이 확인되면 시리아 정권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지금까지 시리아가 암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해 왔다.

또 보고서는 시리아와 레바논의 정보기관이 하리리 전 총리의 전화 통화를 도청했고 폭탄이 터진 현장 근처에는 통신안테나가 설치된 증거도 있다며 시리아와 레바논의 관련자들이 공모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리아 고립 가속화=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력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5일 열리는 유엔 안보리에서는 조사보고서에 대한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시리아에 경제 및 외교적 제재를 부과하는 유엔 결의안이 채택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미국과 프랑스는 2004년 9월 레바논에 주둔한 시리아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차관은 “조사보고서는 미국과 프랑스의 대시리아 압력을 강화하는 도구”라며 “유엔의 제재 결의안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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