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제1야당 대표에 43세 개헌론자 마에하라 당선

  • 입력 2005년 9월 20일 03시 04분


《9·11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참패한 제1야당 민주당의 새 대표에 세대교체와 야당 정체성 확립을 내세운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43) 중의원 의원이 당선됐다. 민주당 예비내각의 방위청 장관을 맡아 온 그는 평화헌법 개정과 자위대 군비 확충, 미일동맹 강화 등을 주장해 일본판 ‘네오콘’의 대표주자로 분류돼 온 인물.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이 개헌선인 중의원 전체의석(480석)의 3분의 2가 넘는 327석을 차지한 가운데 제1야당 대표에도 ‘열혈 개헌론자’가 등장함에 따라 ‘여야 동반 보수 우경화’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젊은 야당 대표의 등장은 집권 자민당의 차기 총재후보 구도에도 영향을 미쳐 일본 정계 전체의 세대교체를 촉발할 공산도 크다.》

▽민주당의 대안은 세대교체와 개헌?=17일 치러진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마에하라 의원은 민주당 소속 중·참의원 의원 194명(유효표 192표) 중 96명의 지지를 얻어 간 나오토(菅直人·58) 전 대표를 2표 차로 물리치고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전 대표의 남은 임기인 내년 9월까지 대표를 맡게 된다.

당내에서는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당내 기반이 두터운 간 전 대표의 낙승을 예상했지만 선거 막판 당의 전면개혁과 노조 의존적 체질 탈피, 대여 투쟁 강화를 호소한 마에하라 의원의 연설이 의원들의 ‘표심’을 움직였다. 그는 소신 표명 연설에서 “당을 (여당과) 싸우는 집단으로 바꾸고, 기득권이나 이권에 얽매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본 지도자 양성기관인 ‘마쓰시타(松下)정경숙’ 출신인 마에하라 대표는 안전보장 분야에서 민주당의 논객으로 활약하며 차세대 리더로 꼽혀 왔다. 오카다 전 대표가 ‘아시아중시 외교’를 천명하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의 대미 추종외교를 비판한 것과 달리 미일 군사동맹 강화를 강조하며 민주당 내 개헌논의를 주도했다. 다만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는 반대해 왔다.

그는 대표로 선출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력(戰力) 불보유를 규정한 헌법 9조 2항을 삭제하고 자위권을 명시해야 한다”며 “당내 논의를 서둘러 확실한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미일 동맹에 대해서도 “일본이 미국의 도움을 받는다면 일본도 미국을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해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등 미국과의 군사협력 강화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자민당 환영, 민주당은 복잡=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은 마에하라 대표의 취임에 대해 “공통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개헌논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개헌보다는 마에하라 대표의 등장이 ‘포스트 고이즈미’를 겨냥한 차기 주자들의 행보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거론되는 후보 중 우경화를 주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간사장 대리가 50대 초반으로 가장 젊어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반면 민주당은 보수와 진보 성향이 뒤섞인 탓에 마에하라 대표의 개헌노선에 대해 벌써부터 술렁거리는 조짐이다. 그가 개헌 드라이브를 걸면 당의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벌써부터 나온다.

일본 언론들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997년 43세에 총리가 된 점을 들어 ‘일본판 블레어의 등장’이라며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마에하라 대표는 간사장에 개헌론자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대표를 기용하는 등 후속 당직인사에서도 자신과 생각이 맞는 인물들을 중용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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