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 민심 재폭발 가능성…시위 강경진압 500여명 사망說

  • 입력 2005년 5월 15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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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는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일단 진정 국면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정국 불안의 불씨로 남게 됐다. 또 정부군의 공격을 피해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이웃 키르기스스탄으로 탈출하는 등 사태 확산을 우려하는 주변국들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사상자 수천 명”=AP통신은 15일 현지 의사의 말을 인용해 안디잔의 한 학교에 500여 구의 시신이 놓여 있으며 부상자도 2000여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진압과정에서 군인과 경찰관 10명이 사망했으며 시위대의 희생은 그보다 약간 크다”고 밝힌 것과는 상당한 차이다.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분노한 민심에 의해 또 다른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디잔에서 동쪽으로 50km 떨어진 페르가나 계곡의 카라수 마을에서는 14일 시위대가 경찰서 등 관공서를 습격해 불을 질렀으나 곧 진압되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유혈 사태를 피해 안디잔 주민 6000여 명이 키르기스스탄으로 탈출을 시도해 이 중 수백 명이 국경을 넘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중앙아시아 전체가 불안해 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는 과격 이슬람원리주의 세력이 주도했다”고 비난하면서 “앞으로도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녹색혁명’ 가능성은?=우즈베키스탄 시민혁명의 상징색은 녹색이다. 이번 시위 주도 세력인 이슬람교도들이 녹색을 성스러운 색깔로 여기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녹색혁명’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카리모프 정권의 기반이 공고한 데다가 4월 키르기스스탄 사태 당시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 정권이 유혈진압을 포기했던 것과 달리 카리모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강경 진압에 나섰기 때문이다.

서방 등 외부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카리모프 정권은 미국에 공군기지를 제공하는 등 대테러전쟁에 협력했다. 서방 측에서도 ‘녹색혁명’으로 과격 이슬람 세력이 정권을 잡는 것보다는 차라리 현 정권이 낫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옛 소련 지역에 민주화 운동이 일어날 때마다 적극 지원했던 서방 국가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만이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자제력을 발휘해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는 데 그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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