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21일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도 언론 보도인 만큼 좀더 지켜보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관계=보도의 핵심은 핵물질은 북한→리비아가 아닌 북한→파키스탄→리비아라는 경로를 통해 팔렸지만, 부시 행정부가 북한압박을 위해 한중일 3국에게 파키스탄의 역할이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 이유로 북한이 파키스탄이라는 '기존의' 핵 국가가 아니라 리비아라는 '새로운' 핵 국가의 탄생에 기여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꼽았다. 동맹국 파키스탄을 보호하려했다고 의도도 곁들여졌다.
미 당국은 "파키스탄이라는 이름은 적시하지 않았지만, 국제 밀거래 네트워크가 거래에 개입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첫 보도 이튿날인 2월3일자에서 "파키스탄의 밀거래 조직을 거쳤을 수 있다"는 당국자의 말을 인용했다.
백악관은 신문의 취재요청에 실명(實名) 인터뷰는 거부했지만, "동맹국에 정확한 설명을 했다"고 답변했다. 이런 자신감에는 미국이 '정보 비틀기'라는 비난에 직면했지만, 북한이 6불화 우라늄을 파키스탄이 주도하는 밀 거래망에 제공했다는 점에 대한 확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물질의 수출'이라는 암묵적인 금지선(red line)으로 넘어섰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6자회담 파장 = 이번 파문은 미국이 내놓는 압도적 북한핵 정보가 공개 과정에서 '취사선택'될 수 있다는 개연성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북한핵도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를 둘러싼 정보 실패의 재판"이라는 지적이 이미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6자회담에서 북한의 고립을 전제로 한 5대1 구도를 형성하려는 미국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중국 등 미국의 북한 핵 정보판단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 수준을 유지해 온 마당에 이번 일을 이유로 미국의 강경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 시점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한중일 3국 순방시점과 일치한다는 점도 미 정보당국 내부에 '정보가공 방식'을 둘러싼 의견충돌이 잠복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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