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방에 북핵 거짓정보' 미묘한 파장

  • 입력 2005년 3월 21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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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01년 초) 핵무기 원료인 6불화 우라늄을 리비아에 팔았다는 미국 정부의 정보가 한국 중국 일본에 사실과 다르게 설명되면서 이들을 호도했다(mislead)"는 워싱턴 포스트의 20일자 보도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한국 정부는 21일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도 언론 보도인 만큼 좀더 지켜보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관계=보도의 핵심은 핵물질은 북한→리비아가 아닌 북한→파키스탄→리비아라는 경로를 통해 팔렸지만, 부시 행정부가 북한압박을 위해 한중일 3국에게 파키스탄의 역할이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 이유로 북한이 파키스탄이라는 '기존의' 핵 국가가 아니라 리비아라는 '새로운' 핵 국가의 탄생에 기여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꼽았다. 동맹국 파키스탄을 보호하려했다고 의도도 곁들여졌다.

미 당국은 "파키스탄이라는 이름은 적시하지 않았지만, 국제 밀거래 네트워크가 거래에 개입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첫 보도 이튿날인 2월3일자에서 "파키스탄의 밀거래 조직을 거쳤을 수 있다"는 당국자의 말을 인용했다.

백악관은 신문의 취재요청에 실명(實名) 인터뷰는 거부했지만, "동맹국에 정확한 설명을 했다"고 답변했다. 이런 자신감에는 미국이 '정보 비틀기'라는 비난에 직면했지만, 북한이 6불화 우라늄을 파키스탄이 주도하는 밀 거래망에 제공했다는 점에 대한 확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물질의 수출'이라는 암묵적인 금지선(red line)으로 넘어섰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6자회담 파장 = 이번 파문은 미국이 내놓는 압도적 북한핵 정보가 공개 과정에서 '취사선택'될 수 있다는 개연성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북한핵도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를 둘러싼 정보 실패의 재판"이라는 지적이 이미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6자회담에서 북한의 고립을 전제로 한 5대1 구도를 형성하려는 미국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중국 등 미국의 북한 핵 정보판단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 수준을 유지해 온 마당에 이번 일을 이유로 미국의 강경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 시점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한중일 3국 순방시점과 일치한다는 점도 미 정보당국 내부에 '정보가공 방식'을 둘러싼 의견충돌이 잠복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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