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개막…性탐구 책 대거 선보여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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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개막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전시장에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영화/TV관’이 설치됐다. 도서전 조직위원회는 ‘픽션 원작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이 전시관을 세웠다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권기태기자
5일 개막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전시장에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영화/TV관’이 설치됐다. 도서전 조직위원회는 ‘픽션 원작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이 전시관을 세웠다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권기태기자
세계 최대 도서전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이 아랍연맹을 주빈국(主賓國)으로 초청한 가운데 6일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장에서 개막돼 10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도서전에는 111개국 6700개 출판사가 35만종의 신간을 출품했다. 올해의 새로운 경향은 영어권 저명 출판사들이 성(性)을 탐구하는 책을 많이 출품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하퍼 콜린스 출판사는 이안 커너의 성 기술서 ‘그녀가 먼저 느꼈다. 그가 다음 차례’를 선보였으며, 타임워너는 조앤 로이드의 ‘퍼펙트 오르가슴’을, 퍼트남은 콜린 모르텐슨의 ‘어 뉴 레이디스 맨’을 출품했다. 영국도 마찬가지여서 도리슨 킹더슬리(DK) 전시관에는 성에 관한 각종 도서가 서가 하나를 차지했다.

하퍼 콜린스의 로버트 코앵 이사는 “영어권 국가에서는 최근 큰 바람을 일으킨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의 영향이 컸다”며 “마지막 ‘금기’에 해당하는 성(性)에 대한 더욱 과감하고 경쾌한 담론들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초보단계에 있는 ‘오디오북’이 이곳에서 크게 성장한 점도 눈길을 끈다. 특히 독일에서는 지난해 오디오북 매출액이 10% 증가했다. 이를 반영하듯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가 전시관에 음향도서관을 세워 갖가지 이벤트를 매일 열고 있고, 100여개 독일 출판사가 오디오북 전시에 참가했다.

내년 주빈국인 우리나라는 한국문학번역원과 대교출판 웅진닷컴 등 12개 출판사가 독립 부스를 내 책을 전시하고 있다. 국민서관 삼성당 시공사 등 34개사는 1210종 2080권의 책을 위탁 전시하고 있다.

한국의 주빈국조직위원회는 7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행사계획 등을 설명했다. 박맹호 조직위원장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8세기 초부터 인쇄술을 발전시켜 온 한국은 최근 서체, 출판 디자인 등에서 비약적 성장을 보였다”며 “세계는 내년 여기서 한국 출판의 지적 창조성과 문화적 역동성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주빈국 행사에는 아랍연맹 22개국 중 19개국이 참가했으며, 모로코 작가 타하르 벤 젤룬 등 200명 이상의 아랍권 작가가 초청됐다. 이라크전과 잇단 테러로 아랍권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고조된 시점이어서 아랍의 책과 전시품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폴커 노이만 도서전 조직위원장은 “지난해 독일어로 번역된 아랍 서적이 불과 12권이었으나 올해는 50권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빈국의 준비가 부실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독일 출판평론가인 안네 베아트리체 클라스만은 “아랍연맹이 ‘미래를 향한 시선’이란 주빈국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전시 내용은 중세 아랍 문화유산에서 별반 나아가지 못했다”며 “아랍이 테러리즘과 유럽 이민자 배출국이라는 편견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고 비판했다.

중세 아랍의 과학을 보여주는 지구의 나침반 물시계 등의 전시는 훌륭하지만 아랍의 권위주의 정권 문제와 테러리즘 형성 등을 밝혀주는 번역서들이 희소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아랍의 보수적인 국가들의 강력한 검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프랑크푸르트=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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