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건국 55주년]“中華雄飛… 세계 이끈다” 부푼꿈

  • 입력 2004년 9월 30일 18시 07분


1949년 10월 1일 오후 3시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광장 망루.

중화인민공화국 개국(開國)을 선포한 마오쩌둥(毛澤東)은 운집한 30여만명의 인민들에게 “중국 인민은 이제 일어섰다”며 “우리는 더 이상 다른 나라의 모욕을 받지 않을 것이다”고 감격했다. 인민해방군 총사령관 주더(朱德)가 지휘한 열병식은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중국이 1일로 건국 55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열병식도, 요란한 경축행사도 없다. 언론들도 차분한 모습이다. 베이징의 서방 외교가는 “대외적으로 과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세계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평하고 있다.

마오쩌둥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을 거쳐 제4세대 후진타오(胡錦濤)로 지도부가 이어진 중국은 이제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초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화웅비(中華雄飛)의 꿈=후진타오 국가주석은 7월 24일 제15차 당 정치국 집단학습회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국방과 경제가 협조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의 지도이념은 국내 공산혁명에 치중한 마오, 경제발전에 우선순위를 둔 덩의 노선과 달리 대외지향적이다. 국력 신장에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의 군사역량을 확충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그 바탕에는 새 지도부 들어 더욱 뚜렷해진 민족주의가 담겨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중화민족주의 경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중화웅비의 꿈은 과거 중국이 누렸던 동아시아 맹주로서의 ‘신중화 질서’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단대공정(斷代工程·전설상 중국 고대왕조의 역사화)’과 고구려사 왜곡을 위한 ‘동북공정’ 등은 이런 중화질서 의식의 산물이다.

민족주의로 무장한 중국은 점차 주변국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경제의 견인차로 부상=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 채택 이후 매년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고 나아가 미국과 경제패권을 놓고 다투는 지위에까지 올라섰다.

건국 초기 679억위안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1조7251억위안으로 173배로 팽창해 경제규모는 세계 6위가 됐다.

교역 규모는 지난해 수출과 수입에서 각각 세계 5위와 6위.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535억달러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전 세계 500대 다국적기업 중 450개가 중국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할 만큼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선진7개국(G7)이 재무장관 회의에 중국의 참가를 결정한 것은 중국을 빼놓고서는 세계경제를 논의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조치이다.

▽혁명당에서 국민당으로=중국 공산당은 2002년 11월 16대 대회에서 노동자와 농민 등 무산계급의 이익을 대변해 온 ‘혁명당’에서 자본가를 포용하는 ‘국민정당’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창당 후 81년 동안 당헌의 앞머리(당장·黨章)를 차지해 온 ‘중국 공산당은 중국 노동자 계급의 선봉대’라는 이념적 표현도 폐기했다. 대신 공산당이 사영기업가, 지식인, 노동자 농민을 대표한다는 ‘3개 대표론’을 삽입했다. 자본가 계급을 껴안으면서 국민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뜻이다.

후진타오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물려받은 지난달 제16기 4차 중앙위 전체회의(16기 4중전회)는 이를 더욱 강화했다.

후는 “공산당이 영원히 집권하기 위해서는 공익을 위한 당(立黨爲公), 인민을 위해 정치를 펴는 당(執政爲民), 과학적이고 민주적이며 법에 의해 통치하는 당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사회주의권 몰락 이후 정체성이 약화된 공산당의 존립 노선을 새로 정립한 것이다.

그러나 공산당을 위협하는 사회 불안요인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개혁 개방 이후 정치적 자유를 갈망하는 주민들의 정치의식이 성숙되고 있고 지역간 계층간 빈부격차와 부정부패는 정치개혁 욕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국내 정치는 당분간 공산당의 권력독점 속에 자본가 계급과 중산층의 세력이 확대되면서 정치 다원화 압력이 점차 강화되는 과도기적 현상이 지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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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황유성특파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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