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오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이슬람성원.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오예배를 드리기 위해 하나 둘 몰려드는 이슬람교도들의 눈빛에는 불안함이 역력했다. 특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개 중대의 경찰이 건물 주변을 경계하고 있어 삼엄한 분위기마저 흐르고 있었다.
한국에서 2년간 생활한 라쉬드(30·방글라데시)는 “이라크 형제들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살인까지 저지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선일씨의 사망으로 이슬람교도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이 나빠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슬람성원에는 김씨의 죽음이 알려진 뒤 “성원을 폭파하겠다” “당장 이 나라를 떠나라”는 등의 협박성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고 있다.
이슬람성원의 조민행 사무차장(37)은 “이슬람교도와 이라크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아무리 해명해도 소용이 없다”면서 “부녀자와 어린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이슬람교중앙회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김선일씨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한국 무슬림 모두의 이름으로 반인륜적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중동연구소의 최진영(崔眞榮·아랍어학) 교수는 “이라크인 지인들에게 신변안전을 위해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며 “이슬람교도도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친구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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