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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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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성직자인 아메드 압둘 알 사마라이의 설교가 시작됐다. “미국이 이라크를 분열시키고 있다. 오른손으로 팔루자 시민들과 악수하지만 왼손으로는 무자비한 공격을 일삼는다.” 잠시 목을 가다듬은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미국은 이라크의 적이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설교를 듣던 수천명의 추종자들이 열광하며 사마라이의 설교에 호응했다.
국제일간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1일 “최근 이라크 내 성직자들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미국이 이라크에 안정적으로 주권을 이양하기 위해서는 성직자들의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부족 지도자들이 대부분 성직자인 이라크는 지난해 12월 독재자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제거되자 성직자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4월 한 달 동안 미군의 공격으로 1000여명의 이라크인이 사망한 팔루자 사태는 성직자에 대한 이라크 국민의 믿음을 더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에 협력하는 세속적인 정치인보다 대미 항전을 외치는 종교지도자들에게 더 믿음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또 미국 주도의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문은 과도정부 구성에 이라크 국민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정치인이나 기술관료보다는 성직자들의 협력을 먼저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그다드대 국제관계학과 나힘 알 자소르 교수는 “현재 이라크를 이끄는 주요 지도자는 성직자들이며, 이들이 이라크의 ‘안전밸브’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니파를 포함한 대부분의 성직자들이 미국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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