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사우디서 외국인50명 인질극

  • 입력 2004년 5월 30일 18시 21분


30일 사우디아라비아 호바르시의 오아시스호텔 옥상으로 투입되고 있는 사우디 특수부대원들. 테러범 4명은 29일 아침부터 이 호텔에 있는 외국인 50여명을 인질로 잡고 대치하다 25시간 만에 사살되거나 체포됐다.-호바르=알 아라비야TV 제공
30일 사우디아라비아 호바르시의 오아시스호텔 옥상으로 투입되고 있는 사우디 특수부대원들. 테러범 4명은 29일 아침부터 이 호텔에 있는 외국인 50여명을 인질로 잡고 대치하다 25시간 만에 사살되거나 체포됐다.-호바르=알 아라비야TV 제공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산업도시 호바르의 외국인 주거단지에서 29일 아침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범들이 총격을 가해 주민 11∼16명을 살해한 뒤 인근 호텔에서 외국인 34명을 인질로 잡고 대치하다 약 25시간 만인 30일 오전 모두 체포되거나 사살됐다.

외신은 인질 중 25명은 구출됐으나 9명은 테러범들에 의해 살해됐으며 진압작전 중 테러범 2명이 사살되고, 주범 등 나머지 2명은 체포됐다고 전했다.

보안군 차림의 테러범 4명은 29일 오전 7시반 호바르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수출회사인 아랍석유투자사(Apicorp) 건물과 석유센터 건물에 차례로 난입한 뒤 총격을 가해 미국인과 영국인 등 11명을 살해했다고 CNN은 전했다. AFP통신은 사망자가 16명이라고 보도했다.

테러범들은 경찰이 출동하자 차량을 이용, 1.6km 떨어진 오아시스 주거단지 안의 오아시스호텔로 도주해 이곳에서 외국인 34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으며 사우디 보안당국은 하루 뒤인 30일 특수부대를 건물로 투입해 오전 8시반경 테러범들을 진압하고 인질을 구출했다.

그러나 29일 밤 탈출을 시도했던 필리핀인 3명과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아시아인 4명, 스웨덴인과 이탈리아인 각각 1명은 테러범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AFP는 전했다. 사우디의 알 카에다 지도자를 자처한 압둘라지즈 알 무크린은 30일 “이라크전쟁에 가담한 일본인 1명이 처형됐다”고 주장했다.

리야드주재 한국대사관은 “인질과 희생자 가운데 한국인은 없다”고 확인했다. 한 이슬람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번 공격이 알 쿠즈여단 이름으로 미국 기업들을 겨냥해 이뤄졌다는 성명이 게시됐다. 사우디 경찰은 테러범들이 18∼25세의 수배자들이었으며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에서는 5월 1일 서부 얀부에서 다국적 건설기업인 ABB가 테러공격을 받는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사우디 석유부는 이번 공격에도 불구하고 원유 공급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호바르=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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