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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3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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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러시아의 WTO 가입에 대한 EU의 지지를 확인하는 의정서에 서명했다.
큰 고비를 넘긴 러시아는 이제 미국 일본 중국 등과 막바지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관영 이타르타스통신은 “한국 일본 등과의 관세율 합의도 곧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르면 내년에 러시아가 148번째 WTO 회원국이 되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WTO 합류는 세계경제 통합의 완성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최근 러시아가 고속성장을 계속하고 있어 국제시장 환경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서두르는 러시아=러시아가 적극적인 태도로 돌아서면서 협상이 급진전하고 있다. 일부 국내산업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하루빨리 시장경제에 편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은 “경제 정책에서 WTO 가입이 최우선 순위”라고 말할 정도.
국가적 체면도 달려 있다. 현재 WTO 비회원국은 북한 등 20여개국이지만 주요 국가는 러시아가 유일하다.
▽가스 가격이 최대 걸림돌=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교토의정서 비준을 약속했다. 그동안 EU는 WTO 가입과 연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 비준을 러시아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국 등 다른 WTO 회원국도 거부하는 교토의정서 비준을 강요한다”며 반발해 왔다.
이제 남은 걸림돌은 국제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러시아 국내의 에너지 가격. 서방측은 국내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보조금 지원과 마찬가지라며 인상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값싼 에너지는 러시아 산업의 유일한 경쟁력”이라며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 왔다.
이번 의정서 서명 후 EU는 “러시아가 가스요금 인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게르만 그레프 러시아 경제장관은 “가까운 시일 안에 가스 가격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른 반응을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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