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한미군 감축 1년전부터 계획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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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18일 상원 외교위원회 이라크 청문회에서 “현재의 이라크 상황을 볼 때 1개 여단이 추가로 필요하고 주한 미 2사단 예하 2여단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주한 미 2사단 2여단이 전 세계 미군 중 최강의 보병부대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지금 혼미한 이라크 상황에 가장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바그다드 현지 미군 대변인 마크 키미트 준장은 전날 기자회견 때 2여단의 이라크 차출 배경에 대해 “주한미군과 관련된 결정은 이라크의 전술적 상황 때문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울포위츠 부장관과 키미트 준장의 발언에 차이가 있는 셈이다.

물론 키미트 준장의 말은 이라크 저항 세력에 밀리고 있는 미군의 현실을 감추고 싶은 현지 군 관계자들의 심정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가 주한미군에 대한 답변에 이어 “(이라크 저항 세력은) 무기를 지닌 ‘거리의 깡패’일 뿐 연합군에 군사적 위협이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을 보아도 그렇다.

하지만 ‘주한 미 2사단 예하 2여단이 지금 이라크에 필요한가, 아닌가’의 논란을 잠시 접어두고 키미트 준장의 말을 들여다보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오래 전부터 주한미군을 ‘단순 재배치’하려는 게 아니라 ‘감축을 포함한 재배치’를 계획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울포위츠 부장관이 상원 외교위에서 “비무장지대 미군은 소용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가 있는 인계철선 기능 외에는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있다”고 증언한 것을 감안하면, 2여단 차출은 ‘이라크 임시용’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주한미군 감축에 더 무게가 실렸다고 볼 수 있다.

키미트 준장도 “주한미군 문제는 우리와 한국이 오랫동안 논의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충분한 나라”라면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여러 차례 우리가 전 세계에 걸쳐 적절한 군사 배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덧붙였다.

키미트 준장이 전한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은 주한미군 재배치가 ‘감축’을 포함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까지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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