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중도경쟁]美 80년대부터 ‘중간 쏠림’ 현상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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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80년대 이후 정책 측면에서 뚜렷한 중도 수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92년 대선을 앞둔 당내 예비선거에서 중도와 일부 온건보수 유권자들을 겨냥한 ‘신민주당론’을 들고 나와 승리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내건 ‘작은 정부론’과 ‘세금감면’ 등은 본래 친(親)기업적인 공화당의 전통적 중산층 위주 정책.

그러나 이 정책을 일부 수용한 클린턴 전 대통령이야말로 ‘본선에서의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는 믿음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심어줬고 그의 ‘우향우’ 전략은 본선에서도 적중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유연한 노선수정은 이전의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자유주의’라는 민주당의 선명성을 고집함으로써 12년간 집권에 실패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이에 앞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진보적 정책 일부를 채택함으로써 민주당 지지표를 흡수해 두 차례 집권에 성공했다. 그의 상대였던 민주당 지미 카터(80년)나 월터 먼데일 후보(84년)는 자유주의 노선을 굳건히 지켰지만,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남부 백인 중산층 상당수가 유연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미지에 쏠리는 바람에 패배했다.

서울대 박찬욱(朴贊郁) 교수는 “미국 유권자의 이념 분포가 중간에 많이 모여 있는 까닭에 표를 얻기 위해서는 양당 모두 정책 노선을 중앙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산주의 몰락 후 탈(脫)이념화와 실용주의 경향이 확산됐고 경제성장과 복지의 상호보완적 성격이 강화되면서 중도수렴 현상은 각국에서 보편화되는 경향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다만 최근 9·11테러 대처방식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빈부격차 심화로 미국 유권자들이 양분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올해 대선에서는 정책적 차별화가 상대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진단한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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