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이번엔 美-EU 이간전술…유럽國에 휴전제의

  • 입력 2004년 4월 16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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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소재 알 아라비야 방송이 15일 방송한 녹음테이프 목소리의 주인공이 오사마 빈 라덴(사진)으로 확인되면서 빈 라덴의 성명 발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P통신은 16일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테이프에 담긴 목소리의 주인공은 빈 라덴이 맞다고 보도했다.

7분짜리 이 테이프는 ‘하마스 지도자 아메드 야신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한편, ‘이슬람 세계에 대한 침략에 가담하지 않은 유럽국가’들에 휴전을 제안했다. 빈 라덴은 “유럽 국가의 국민들이 평화를 원하기 때문에 화해를 제의하는 것”이라며 “이슬람 국가에 주둔하고 있는 유럽 병력이 철수해야 휴전이 성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성명에 대해 외신들은 미국과 연합군의 분열을 책동하는 심리전술이라고 해석했다.

CNN은 “빈 라덴은 ‘분할통치(divide and rule) 원칙’을 따르는 전술가”라며 “휴전 제의는 미국과 동맹국 사이를 갈라놓을 뿐 아니라 유럽인들에게 ‘정부의 친미정책으로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도 “알 카에다의 목표는 이슬람 세계로부터 비이슬람 세력을 축출하는 것임을 보여 준다”며 빈 라덴의 분열 전술에 초점을 맞췄다. 워싱턴포스트는 “현대적이고 전술적이며, 거의 외교적인 분위기까지 풍기는 이 목소리는 미국을 향한 빈 라덴의 심리 전술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BBC는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서안 점령을 인정하면서 서구를 향한 아랍권의 적대감이 증가되고 있는 시점에 성명이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은 빈 라덴의 휴전 제의를 즉각 거부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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