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풀어주면 146억달러 포기"

  • 입력 2004년 2월 17일 14시 20분


코멘트
"146억 달러(약16조9000억원)를 포기할 테니 우리 회장님을 석방시켜 주세요."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유코스의 대주주들이 "지난해 10월 구속된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회장이 석방되면 우리가 갖고 있는 회사 지분을 모두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아는 17일 "유코스의 최대 개인 주주 중 하나인 레오니드 네브즐린이 이러한 협상안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유코스 지분 8%를 갖고 있는 네브즐린은 지난해 유코스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국외로 탈출해 현재 이스라엘에 머무르고 있다. 그는 "호도르코프스키 회장과 플라톤 레베데프 등 구속된 임원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주주인 블라디미르 두보프도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며 기꺼이 자신의 지분을 포기할 뜻을 밝혔다. 이들이 포기를 약속한 주식의 시가 총액은 약 146억 달러.

유코스는 지난해 러시아 검찰과 국세당국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고 주요 임원들이 탈세와 횡령 등의 혐의로 대거 구속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코스가 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이 발각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부의 탄압을 받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러시아 검찰은 이러한 제의에 대해 "그러한 물밑 타협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냉담한 태도를 나타냈다. 알렉세이 쿠드린 경제 부총리도 "유코스는 정치권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로비를 했으며 그것이 가장 큰 죄"라고 말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