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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5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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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CIA의 정보에 결함이 있었던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USA투데이는 4일 3개월간의 취재를 통한 분석 기사에서 “CIA는 ‘사실’ 확인보다는 ‘추리’에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CIA는 2002년 10월 미 의회에 90쪽짜리 보고서를 제출했다. 의회가 이라크에 대한 무력 사용 승인 표결을 하기 2주 전이었다. 이 보고서는 “이라크가 WMD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해오고 있으며 생화학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10년 안에 핵무기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핵심 ‘증거’는 정찰위성이 2002년 3월에 찍은 사진. 사진 속의 이라크 수송 트럭은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경우 오염 확산을 방지하는 장치가 있었다는 것.
그러나 정말 이 트럭에 화학물질이 실려 있었는지, 또 사막의 비밀 무기고로 갔는지는 ‘추측’일 뿐이었다. USA투데이는 “트럭에는 물이 실렸을 수도, 연료가 실렸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IA는 “이라크가 금지된 장비를 구입하려고 시도했다”는 증언을 확보했지만 장비 구입이 실제 진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라크의 한 지역에서 ‘크롤린’이라는 화학물질이 발견됐다. 보통 물을 정화하는 데 쓰이지만 양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양이 많다고 해서 화학무기를 만드는 데 쓰였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증거가 불충분한데도 CIA가 무리를 한 데는 이라크 위협을 과대평가하는 것보다 과소평가하는 것을 더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USA투데이는 CIA의 ‘과거의 실수’ 몇 건을 함께 보도했다. 1948년 당시 “소련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5년이나 10년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지만 다음해 소련은 핵무기 실험을 했다.
80년대 후반 소련 붕괴나, 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실험도 예측하지 못했다. 99년 코소보전쟁 중에는 목표물 정보를 잘못 알려줘 미국 전투기가 유고연방의 중국대사관 건물을 폭격하기도 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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