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지역 전망]"올 4.1%성장…회복속도 빨라진다"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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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1%로 예측했다. 이는 2000년(4.7%)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티그룹과 모건스탠리 등 월가의 투자기관들이 내놓는 경제 전망도 대부분 장밋빛이다. 주요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소비 회복, 이라크전 종전(終戰), 미국과 일본 경제의 회복세 등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적자 누적과 보호무역주의의 대두, 대규모 테러 가능성 등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을 지역별로 소개한다.》

▼일본 ▼

#일본-10년 불황 마감하나

일본 경제는 2002년 1·4분기를 기점으로 점진적인 상승세로 진입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요 경기 예측기관들의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3∼2.0%로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작년 12월 발표된 대기업 업황판단지수(DI)는 9월보다 10포인트 오른 11이었다.

실제 일본 대기업들은 최근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03 회계연도 중간결산에 따르면 도쿄 증시 1부 상장기업의 80%인 805개사의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당기순익은 38.2%나 늘었다.

도요타자동차와 혼다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을 냈고 닛산자동차는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철강, 전기, 게임 관련 업계의 경영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회복 국면이 수출 주력 대기업에 한정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기 훈풍(薰風)이 중소기업과 개인들의 소비 지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 도쿄지역 백화점 매출액은 2002년 11월보다 7.2% 줄었다.

▼미국 ▼

#미국-20년만의 호황 기대

세계 경제의 ‘엔진’인 미국의 지난해 3·4분기(7∼9월) 경제성장률은 8.2%. 이는 1984년 1·4분기(1∼3월, 9.2%) 이후 최고치다. 미국 경제의 회복은 감세(減稅)와 저금리 정책으로 인한 소비와 투자의 동반 상승에 기인한다. 작년 11월 소매 판매는 자동차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전달보다 0.9% 늘었다. 다우산업평균지수도 12월 1만 포인트를 돌파했다. 미국의 주가 상승은 소비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 기업의 고정 투자도 3·4분기에 전 분기 대비 11.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베이지북’ 보고서에서 “10월과 11월 지속적인 경제 확장이 확인됐다”며 “투자와 소비, 고용 등에서 폭넓은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조지 W 부시 정부가 경기 부양과 고용 증대에 주력하고,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으로 이윤이 크게 증가한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IMF는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3.9%, OECD는 4.2%, 민간 경제전문가 단체인 전국기업경제학협회(NABE)는 4.5%로 전망했다. 4.5%가 현실화된다면 84년(7.3%) 이후 20년 만에 찾아오는 호황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감세 조치의 효과가 상반기 이후 점차 소멸돼 소비 지출이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또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거나 대형 테러로 인한 경제 전반의 마비 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최근 불거진 광우병(狂牛病)의 조기 진화 여부, 재정적자 확대, 대규모 무역적자, 가계의 취약한 재무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EU, 수출증가…투자-소비 살아나 ▼

#유럽연합(EU)-더디지만 꾸준한 회복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투자와 소비심리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며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2개국) 경제가 완연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의 작년 3·4분기 경제성장률은 0.4%. 성장률이 3분기 연속 정체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약하나마 회복의 징후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유럽 경제의 반전은 미국과 아시아의 경기 호조에 따른 수출 증가에 기인한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의 가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도 3·4분기 ‘유로존’의 수출은 전분기보다 2.2% 늘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작년 7월 이후 4개월 연속 올랐다. 하지만 내수 부진으로 산업 생산은 여전히 저조하며 고용시장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유로존 실업율은 작년(평균 8.9%)보다 높은 9.1%에 달할 전망이다.

▼중남미 성장세-인도 약진 괄목할 만 ▼

#기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작년 말 보고서를 통해 올해 동아시아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6.6%로 예측했다. 작년의 6.1%(추정치)보다 0.5%포인트 높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산하 아시아경제연구소도 동남아권이 베트남과 태국을 필두로 올해 평균 6.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50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중남미권은 올해 경제 성장 기조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경제 성장률이 2002년 마이너스 10.8%에서 작년에는 7.3%로 크게 회복됐으며 칠레와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페루도 3%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중남미 경제의 핵심인 브라질은 IMF와의 구제금융에 대한 협정이 작년 말로 종료돼 긴축재정정책 기조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 경기 회복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남아권에서는 인도의 약진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ADB는 정보기술(IT)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인도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인도 재무부도 최근 발표한 경기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7%에 이를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 ▼

#중국-고성장 지속…경기 과열 논란

최근 10여년간 연평균 9.8%의 성장을 지속해 온 중국 경제는 올해도 7.5∼8%대의 성장률을 과시할 전망이다.

낙관론의 근거는 정부 지출과 민간 소비의 꾸준한 확대, 해외 직접투자의 유입, 대미(對美) 수출 호조 등이다.

정부 지출은 지난해 30.5%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55% 선인 민간 소비도 그동안 계속된 고(高)성장에 힘입어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550억달러를 기록한 외국 자본 유입과 연평균 14%대인 수출 증가율도 중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상해야 한다는 미국의 압력이 계속돼 지금과 같은 수출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GDP 대비 40% 안팎으로 추정되는 부실채권도 불안 요인에 속한다.

일부에서는 급격한 투자확대로 인한 경기 과열, 이에 따른 금융 부문의 부실화, 정부의 통화긴축정책 등을 근거로 갑작스런 경기 위축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달러-유가 금리는… ▼

미국 달러화 가치는 당분간 약세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달러화의 추가 하락 없이는 미국의 대외부채와 재정적자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내수(內需)가 살아나면 경상수지 적자는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어 달러화 약세는 대세(大勢)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2005년이면 국내총생산(GDP)의 5.8%에 육박해 하루에 30억달러를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만큼 달러화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작년 12월 11일 내놓은 반기(半期) 보고서에서 “미국 경상수지 적자 증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 달러화 약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유가(油價)는 소폭 하락하거나 현 시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움직임에 따라 급변할 가능성도 높다.

일단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로 이라크 내 저항세력의 테러가 완화될 것이라는 점은 유가가 하락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준다. 게다가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가 경기 회복을 위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국제적인 공급 과잉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최근 알바로 실바 OPEC 사무총장이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국가간 공조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은 어떤 형태로든 감산(減産)이 있을 것임을 암시한 대목이다.

실바 사무총장은 미국의 경제 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유가 상황을 우려하고 있으며 올해 2월 OPEC 정례 회의에서 회원국 각료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금리는 각국 정부가 통화확장 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인상 가능성은 낮다.

미국의 경우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면서 인플레이션 기대도 높아지고 있지만 경제 구조의 변화, 중국산 저가제품 수입 등으로 물가가 크게 오를 요인은 많지 않다. 따라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부담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아직까지는 금리를 높여가면서 경기 상승을 억제할 만한 처지는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금리상승요인(경기 반등)과 금리하락요인(통화정책 완화 기조 유지)이 혼재된 가운데 금리하락요인이 상대적으로 우세해 시장 금리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같은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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