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쿠 참사관 피살… 방탄복 거부 현장서 스러져

  • 입력 2003년 12월 1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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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복을 입고 어떻게 이라크인들과 마음이 통하겠는가.”

지난달 29일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에서 괴한의 소총 공격을 받고 숨진 오쿠 가쓰히코(奧克彦·45·사진) 영국 주재 일본대사관 참사관은 평소 방탄복 착용을 거부해왔다.

그가 이라크 주둔 연합군 임시행정처(CPA)에 일본대표로 파견된 것은 4월. ‘편안한 영국’을 떠나 장기출장 형식으로 파견됐지만 그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보기 드문 그의 열정 때문에 일본사회는 더 침통해 하고 있다.

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효고(兵庫)현 출신인 오쿠 참사관은 엘리트이자 스포츠맨이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야구 홈런타자, 고교와 와세다(早稻田)대 정경학부 시절에는 럭비 선수로 활약했다. 외무성에 들어간 직후 영국 옥스퍼드대로 연수를 갔을 때는 일본인 최초의 옥스퍼드대 럭비팀 정규 선수로 활약했다.

“그는 행동력이 뛰어난 ‘나이스 가이(nice guy)’였다. 아무리 힘든 일을 맡겨도 결코 활력을 잃는 법이 없었다.”

외무성 본부에서 국제경제과장, 유엔정책과장 등을 거치는 동안 그를 지켜본 한 전직 차관은 유능했던 후배의 죽음을 이렇게 안타까워했다.

그는 “나는 외무성 ‘체육계’ 소속”이라고도 했다. 책상머리에서 다 해결하는 관료사회의 풍토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는 현장을 눈으로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었다.

8개월가량의 이라크 활동 기간 중 그는 바그다드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걸리는 남부 사와라를 수차례 답사하며 치안사정을 면밀히 조사해 일본 정부에 보고했다. 일본 정부가 사와라를 자위대 파병 지역으로 결정한 이면에는 그의 현장 보고서가 기초가 됐다는 후문이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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