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군 재배치, 안보공백 막아야

  • 입력 2003년 11월 27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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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재배치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밝힌 대로 미국이 세계전략 차원에서 해외주둔 미군 재편에 착수했기 때문에 한반도의 특수성을 들어 재고를 요청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단기적으로는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주둔이 이뤄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병력 감축이 예상된다.

마침내 주한미군의 중대한 역할 변경을 기정사실로 인정해야 할 순간이 온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까지 포함한 모든 주한미군의 경기 오산 평택시 이동을 놓고 비생산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예상되는 결과를 면밀하게 분석해 만반의 대비를 해 나가야 할 때다.

미국은 주한미군 재배치가 전쟁 억지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군의 후방 배치가 인계철선 역할을 포기함으로써 한반도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국민의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이 간극을 반드시 메워야 한다. 미국이 우리 국민과 정부에 주한미군의 억지 역할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재배치를 단행한다면 한미동맹은 손상될 위험이 크다.

미국이 앞으로 110억달러를 투입해 주한미군 전력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한반도 방위에 전념하는 주한미군과 전 세계의 불량국가 및 테러단체의 위협에 대비하는 주한미군은 성격이 다르다. 미국의 세계전략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의 1차적 역할은 한반도 방어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주한미군 재배치에 소요될 수십억달러의 예산을 우리가 부담하는 만큼 정부는 상당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군 재배치가 미국의 필요와 함께 우리의 안보수요까지 충족시킬 것인지 여부는 정부의 능력에 달려 있다.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반도 안보상황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적인 안보위협은 북한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줄어든다면 주한미군의 변화에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 이미 골격이 잡힌 미군 재편에 매달리는 소극적인 태도보다는 북으로부터 제기되는 안보위협을 해소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는 비군사적 차원의 남북교류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남북 군사당국간 회담 등을 강력히 요구해 긴장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 군비 강화로 억지력을 키우는 것보다는 평화 분위기를 조성해 전쟁을 막는 것이 훨씬 낫다. 미군 재배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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