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흘째 테러…또 6명 사망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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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27일 연쇄 폭탄 테러에 이어 28일 자살 폭탄 테러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이라크 내 치안상황이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미군을 주로 겨냥해 산발적으로 일어나던 테러가 민간구호기관과 미국 동조세력까지 노린 조직적인 게릴라전 형태를 보이기 시작하고, 27일 경찰서 자살폭탄 테러에 이라크 외부세력이 가세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테러, 외국인 출국 러시=바그다드 서쪽 팔루자의 한 발전소 앞에서 28일 폭탄을 실은 트럭이 폭발해 테러범과 어린이 등 민간인 6명이 숨졌다.

로이터통신은 파리스 압둘 라사크 알 아삼 바그다드 부시장이 26일 바그다드 시내 자택 근처에서 암살당했다고 이라크의 한 미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은 여러 명의 암살범들이 그를 저격한 후 달아났다고 전했다.

한국군 파병 가능성이 높은 북부 모술 인근지역에서는 이날 미군 병사들이 매복 공격을 받아 4명이 다쳤다.

또 남부 도시 바스라에서는 28일 폭탄이 터져 연합군 병사 1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영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숨진 병사의 국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잇따른 테러로 이라크 주재 외국인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 앞 다퉈 탈출하고 있다.

27일 자폭 공격을 받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28일 35명의 이라크 주재 외국인 직원들을 이라크 국외로 철수시킬 방침이라고 피에르 가스만 이라크 ICRC 대표단장이 밝혔다. 구호단체 ‘국경없는 의사회’와 ‘세계의 의사들’ 역시 주재 인원을 줄일 예정이다.

이라크에 1100명의 병력을 파견한 네덜란드는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 직원 전원을 철수시켰다. 독일 정부도 급수 전문가팀 4명을 철수시킬 계획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구호단체가 빠져 나가면 테러범들이 싸움에서 이기게 된다”고 우려했지만 잇따른 철수 행렬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 등 미군 고위당국자들도 비공개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워싱턴 포스트지가 28일 전했다.

▽제2의 베트남전 되나=이슬람 신자들의 금식기간인 라마단에 맞춰 터진 이번 테러는 1968년 베트남전쟁 당시 ‘구정(舊正) 공세’를 떠올리게 한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말했다.

베트남 최대 명절인 음력 설을 맞아 북베트남이 벌인 대규모 공격은 당시 전세를 역전시켜 미군 철수의 계기가 됐다. 이런 유사성이 미국 내에서 심리적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라마단 기간 중에는 과격한 행동을 해도 ‘순교’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의식이 있어 테러 공격은 앞으로 더욱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27일 경찰서를 공격한 자폭 테러범 가운데 1명이 시리아 여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외국용병 세력이 포함된 새 전선(戰線)이 열릴 조짐이다.

▽미 여론 악화, 철수론 고개=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USA 투데이와 CNN방송이 24∼26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처리방식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로 올해 4월 18%보다 크게 늘었다.

미군 일부 또는 전원이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응답도 두 달 전 46%에서 57%로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미군 조기철수론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한 전문가는 “미국이 내년 11월 대선 전에 이라크를 유엔에 떠넘기고 철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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