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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3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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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 이라크 현지를 방문했던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라크의 현지 정세가 예상보다 안정적이라는 점을 잇달아 강조하고 있어 정부의 파병 결정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차영구(車榮九·육군 중장) 국방부 정책실장은 2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미국측으로부터 한국군이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이라크 북부지역이 ‘상당히 안정적(fairly stable)’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미측이 한국군의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면서 “10년간 6000여명의 한국군이 세계 여러 분쟁지역에서 유엔평화유지군(PKF) 임무를 완수했고 파병 당시에는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전투 중 사망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측에 따르면 현지 테러가 미영연합군에 집중돼있으며 총 2만여명에 달하는 다국적군의 피해는 사상자 2명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지에 대한 불안한 시각이 많지만 한국에서 간첩사건이나 서해교전이 발생할 때 미국에서 전화가 폭주하는 것처럼 외부에서 볼 때 더 불안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3일 귀국한 강대영(姜大榮·국방부 정책기획차장) 이라크 현지조사단장도 “전체적으로 한국에서 보고 들은 것보다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혀 조사결과가 ‘파병 가능’쪽으로 무게가 실릴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조사단은 지난달 24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의 한국군 의료 및 건설공병지원단을 비롯한 다국적군 부대와 연합합동사령부(CJTF-7),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등을 방문하는 한편 주민들과의 접촉을 통해 현지 상황을 파악했다.
조사단은 현재 모처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종합보고서를 작성 중이며 이르면 4일경 국방부와 국가안보회의(NSC), 청와대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방부는 3일 현재까지 어떤 파병 관련 사항도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군 내부엔 파병찬성 여론이 많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파병 결정에 당사자인 군의 여론도 적극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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