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지금 리모델링중]<하>재건축보다 낭비 적어

  • 입력 2003년 8월 24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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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시 중심가에 위치한 고급주택가 바이에른알레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받고 있는 공동주택의 전경. 베를린=차지완기자
독일 베를린시 중심가에 위치한 고급주택가 바이에른알레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받고 있는 공동주택의 전경. 베를린=차지완기자
독일 베를린시의 고급 주택가인 바이에른알레. 지은 지 30∼40년이 넘는 6층짜리 공동주택이 즐비한 곳이다. 준공연도만 보면 이미 슬럼화됐을 법한 아파트촌(村)이지만 겉모습은 서울 평창동이나 방배동의 고급 빌라촌을 연상케 했다.

바이에른알레 47에 있는 6층짜리 아파트도 최근 골조를 강화하는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기존 실내를 100∼280m² 규모의 중대형 아파트와 230∼300m²의 펜트하우스로 새로 꾸미면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설비로 모두 교체하는 공사였다.

베를린 공대 부설 ‘헤르만 리첼’ 에너지연구소의 윤용상 연구원은 “독일의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층수나 평형을 늘리기보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형 신기술과 자재를 사용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쾨페닉 프로젝트’=옛 동베를린 지역 엠리히 거리에 있는 저층 공동주택 단지는 쾨페닉 주택조합이 소유한 임대 아파트. 1965년 준공된 뒤 별다른 보수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급속히 슬럼화가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면서 쾌적한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공사가 끝난 3개 동은 집주인과 세입자, 정부를 모두 만족시키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가구당 2주씩 모두 13주에 걸쳐 단열 공사를 하고 전기 및 위생설비를 교체한 결과 에너지 소비량이 50% 정도 절감됐다.

리모델링 공사로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유도했고 △집주인은 임대료를 50% 이상 더 받을 수 있었으며 △세입자는 관리비가 줄어 임대료 상승분을 상쇄하고도 돈을 절약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뒀다.

▽독일의 리모델링 유인책=통독(統獨) 뒤 행정수도인 베를린을 재건(再建)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리모델링. 옛 동독지역의 낡은 아파트를 헐지 않고 대부분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베를린시에 따르면 1990년 이후 10년 동안 베를린에서 리모델링을 한 공동주택은 약 15만가구. 리모델링 비용만 87억마르크(약 5조6000억원)에 이른다.

독일에서 리모델링이 활성화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리모델링 지원책 덕분이다. 정부가 권장하는 에너지 절약형 공법과 자재를 사용하면 공사비의 40∼60% 정도를 지원하고 저금리(베를린지역은 약 3%대)로 공사비를 대출하는 등 다양한 육성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과의 차이점=한국에서 아파트 리모델링은 주로 부동산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많지만 독일에서는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있다. 또 한국에서는 그동안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하는 사례가 많아 리모델링 기술이 독일만큼 발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상욱 대우건설 리모델링팀 과장은 “한국 부동산시장에서는 리모델링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우선 재건축을 추진해보고 안 되면 리모델링 한다’는 식의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용상 연구원도 “한국에서도 고층 아파트에 대한 리모델링 기술을 축적해야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재건축으로 인한 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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