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또다른 전쟁’

  • 입력 2003년 4월 15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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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군과 함께 이라크 북부 최대 유전지역 키르쿠크를 장악한 쿠르드족 민병대가 아랍계 주민들을 강제로 거주지에서 쫓아내면서 새로운 분쟁이 시작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친(親) 이란성향의 쿠르드애국동맹(PUK)이 최근 키르쿠크 거주 아랍계 주민들에게 3일 안으로 집을 비우도록 명령을 내렸다는 것.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13일까지 이미 2000명의 아랍계 주민들이 키르쿠크를 떠났다.

쿠르드족은 “빼앗긴 땅을 다시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담 후세인 정부 출범 이후 집권 바트당은 키르쿠크와 모술에 거주하던 쿠르드족 30만명을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구로 강제 이주시킨 바 있다. 때문에 아랍계 주민 대부분이 쿠르드계 주민에게서 빼앗은 집에서 살아 왔다.

아랍계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유혈충돌도 벌어지고 있다. 13일 키르쿠크 남부에서 아랍계와 쿠르드계 세력간 총격전이 벌어져 적어도 8명이 숨졌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4일 전했다.

이 같은 분쟁은 가뜩이나 이라크 침공 의도를 미심쩍어하는 아랍국에 대한 미국의 관계 개선 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또 PUK측이 ‘아랍계 강제 이주’ 정책에 대한 미국의 승인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PUK와 대립관계인 쿠르드민주당(KDP)의 마수드 바르자니 당수는 14일 "PUK가 미국이 중재한 군사협약을 위반하고 키르쿠크에 진입해 약탈과 혼란을 유발했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터키도 가세했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키르쿠크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키르쿠크에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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