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론 샤프릭/한국인 눈빛 더 따뜻했으면

  • 입력 2003년 4월 11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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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나다인이다. 한국에 온 지 6년이 지났는데 첫날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이 느끼고 있는 바를 말하려고 한다.

먼저 한국에서 살면서 내가 미국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길을 걷다 보면 등 뒤에서 ‘미국 사람이다’ 아니면 ‘외국인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한국인에게는 외국인은 ‘당연히’ 미국 사람인 것이다. 한국의 역사적 배경이나 상황으로 인해 미국인들이 한국에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외국인이 미국인은 아니다. 만약 한국인들이 외국에 갔을 때 그곳에서 일본인이나 중국인이라고 한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나를 포함해 상당수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한다. 그래서 어학원에도 다니고 책도 사는 등 노력을 많이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인은 내가 한국말을 하면 처음엔 놀라고 다음엔 좀 우습게 생각하는 듯하다. ‘중요한’ 영어만 알면 됐지 왜 굳이 한국말을 배우려는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그러나 그곳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그 곳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생활하기 편리하고 그곳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내가 식당에서 순두부나 떡볶이, 부대찌개, 낙지볶음을 주문하면 대단히 놀란다. 외국인은 당연히 매운 음식을 못 먹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국 거주 외국인들 대부분은 한국음식을 잘 먹고 또 아주 즐긴다. 한국 음식이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태국이나 인도, 멕시코 음식보다 더 맵다고는 볼 수 없다. 하긴 한국 음식이 다른 나라 음식보다 훨씬 더 ‘뜨거운(hot)’ 것은 사실이다.

한국인들은 우연한 기회에 외국인을 만나면 극단적인 태도를 취한다. 영어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우선 그 외국인을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자신의 빈약한 영어실력을 핑계로 아예 대화 자체를 회피한다. 그러나 그 외국인이 영어권에서 오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고 어려움에 처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은가.

길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먼저 한국어로 말을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대화를 하다보면 자신의 영어실력이 너무 빈약하거나 부끄러워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영어실력은 직접 대화를 안 한 탓에 익숙지 않아 그렇지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영어는 워낙 여러 나라에서 쓰는 언어라 어떤 사람들의 영어는 나조차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과 몸짓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이해한다. 그러므로 외국인에게 너무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음식점에서 매운 한국 음식을 먹고 있는 외국인을 보면 의아한 시선을 보내지 말고 따뜻한 눈빛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그 사람들은 한국을 더 알고 한국 문화를 느끼고 한국인과 부대끼며 살고 있는 한국인의 이웃이므로….

▼약력 ▼

1970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몬트리올의 콘코르디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 1997년 한국에 와 현재 성균관대 어학원 강사로 근무중. 주말마다 관악산 북한산 등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는 게 취미.

론 샤프릭 성균관대 어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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