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戰後처리 '제2의 전쟁' 막올랐다

  • 입력 2003년 4월 8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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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집무실에 미영 연합군 병력이 밀려들면서 국제사회가 더 바빠졌다. 전쟁 명분을 놓고 갈라섰던 국제사회는 이제 승전을 눈앞에 둔 미국의 이라크 전후작업이 자국에 미칠 잇속을 저울질하면서 그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성이 오가는 전투보다 훨씬 길고 어려운, 국가 재건이라는 ‘제2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과 유럽 이견 확인한 힐스보로 회담=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7, 8일(현지시간) 북아일랜드 힐스보로성(城)에서 전격 회동했다. 부시 대통령은 “재건작업의 모든 단계에서 유엔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 영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엔을 인도적 지원사업기구로 묶어놓으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부시의 발언은 유엔의 ‘주도적’ 역할을 희망하는 유럽측 입장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실제로 기자들이 ‘주도적 역할이 무엇인가’ 하고 다그치자 “인도적 사업과 과도정부 인사들을 제안하는(suggesting) 것”이라고 답변, 이라크 정치체제 정지작업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회담에 배석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번주 안에 과도정부를 구성할 반체제 인사들을 이라크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이라크 남부에 머물던 반정부 지도자 아메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이 바그다드로 향했다”고 전해 미국의 행보는 더 빨라지고 있다.

▽바빠진 국제사회=유럽과 유엔은 이라크가 사실상 ‘미국령’으로 남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이미 미 고위관리들은 외신들에 “제네바협약 등을 무시한 이라크 지도부의 전쟁범죄는 미 법원이 단죄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국제전범재판을 무력화하면서도 ‘미국 주도’를 분명히 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이에 대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주 안에 안전보장이사회 주요 이사국들을 돌며 유엔 지지세(勢)를 규합할 방침. 아난 총장은 “유엔이 나서야 전후 처리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미국 독주를 경계하고 있다.

반면 전쟁을 지지했던 일본 정부는 오카모토 유키오(岡本行夫) 내각관방 고문을 쿠웨이트로 파견, 미군정 내 민정업무를 총괄할 제이 가너 미 예비역 소장을 접촉하도록 해 복구사업에서 일본의 이익을 관철시킨다는 계산이다.

▽미국 내 비판받는 행정부의 재건계획=미 행정부의 재건계획은 영국과의 합의도 거치지 않은 데다 국무부와 국방부의 이견까지 겹쳐 미확정 상태. 다만 그동안 흘러나온 외신을 종합하면 미 복구계획은 △유엔평화유지군 대신 미군을 주둔시키고 △미영이 선정한 인사들이 장악한 과도정부에 몇 개월 내 정권을 넘기며 △1년 내 주요 재건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 계획에는 유엔평화유지군이나 유엔무기사찰단과의 협력은 아예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비영리 싱크탱크인 워싱턴의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전후 이라크, 준비됐는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계획에는 가장 중요한 구체적 방법론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특히 “유엔 및 동맹국 기업과의 협력을 배제한 것이나 비현실적 시한을 설정한 것은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계획을 세운 탓”이라고 지적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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