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연설 관련] 대북 경고수위 더 강경해졌다

  • 입력 2003년 1월 29일 14시 49분


코멘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8일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연설에서 북한에 관해 언급한 부분은 지난해의 '악의 축(axis of evil)' 발언과 같은 자극적 표현을 삼간 대신 북한의 핵 위협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연설에선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분류, 국제적인 논란을 촉발시키긴 했으나 실제로 북한에 관해 언급한 것은 "북한은 주민들을 굶주리면서도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하는 정권"이라는 것이 전부였다. 반면 올해엔 여러 대목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북한을 겨냥,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관련기사▼
- 日언론, `북핵 평화적 해결' 부시 언급 주목
- 부시 국정연설 반응-민주
- 부시 국정연설 반응-한나라
- 부시 국정연설 각국 반응
- 부시 대북언급과 정부 대책
- 부시 국정연설의 의미와 전망
- 부시 국정연설 對北발언 전문
- 새 내용없는 부시 연설 경제부문
- 부시 국정연설 이모저모

부시 대통령이 이번에 "미국과 세계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위험은 핵, 화학, 생물무기를 추구하고 보유한 무법정권들(outlaw regimes)"이라며 새로운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상 북한 등 '악의 축' 국가들을 지칭한 것이다. 그러나 수사(修辭)의 강도가 다소 낮아진 것과는 달리 실제 발언의 수위는 보다 강경해졌다.

부시 대통령이 "오늘날 북한 정권은 핵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으나 미국과 세계는 결코 협박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미국이 90년대 제네바 합의로 북한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겼으나 북한은 미국을 속였다며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는 미국이 최근 북핵 위기를 90년대와는 다른 해법으로 풀어나갈 것임을 거듭 시사하는 것이다.

또 부시 대통령이 "미국은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지역국가와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은 핵야망을 버릴 때만 국제사회에서 존경을 얻고, 주민들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북한의 핵포기 후 대북 협력'이라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음을 여러 차례 천명하며 대북 대화 용의를 표명해 왔으나 예상보다 강경한 이번 연설만을 놓고 보면 그의 대북관과 북핵 해법에는 실질적 변화가 없어 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최근 한국과 러시아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게 느껴진다. 이같은 상황에선 앞으로 북-미 대화가 열린다 해도 양측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