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실질협력 미흡" …추가사찰 여부 내달초 결정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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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은 27일(현지시간) 유엔의 이라크 무기사찰단이 “사찰에 대한 이라크의 실질적 협력이 부족했으며 유엔 결의를 진정으로 수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보고한 데 대해 “이라크가 평화적 무장해제의 기회를 스스로 버렸다”며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등은 사찰 연장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과 영국이 유엔 결의 없이 군사행동에 돌입할지, 아니면 추가 사찰이 이뤄질지는 유엔에서 논의를 거쳐 내달 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은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단의 의혹 시설 접근에는 협력했으나 실질적인 협력은 미흡했다”고 보고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이라크가 파괴했다고 주장한 대량의 VX 신경가스와 탄저균 등의 행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최근 사찰에서 겨자가스 원료물질도 발견했다”며 “이라크는 무장해제를 요구한 유엔 결의를 진정으로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핵무기 의혹을 조사해 온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보고에서 “이라크가 1990년대 핵개발 계획을 포기한 이래 새로운 핵무기 개발계획을 추진해 왔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핵개발이나 우라늄 입수를 시도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는 이라크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핵 의혹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까지 수개월간 사찰을 더 할 필요가 있다고 안보리에 사찰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이라크가 평화적으로 무장해제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빠르게 끝나가고 있다”며 “이라크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또 9·11테러 배후로 지목되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 조직과 이라크 정부의 관계를 입증하는 상세한 정보를 곧 공개할 것이라고 이날 말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단의 눈을 피해 금지된 무기들을 옮겨 은닉했음을 보여주는 일부 첩보들을 비밀분류에서 해제키로 결정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7일 보도했다.

이에 맞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사찰 결과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한 지 수시간 후 다양한 전쟁 시나리오에 대처하기 위해 소집된 군 지도부 회의에서 “반역행위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라크 관영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또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는 27일 캐나다방송과의 회견에서 미국이 쿠웨이트를 기지로 활용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쿠웨이트를 보복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의 이라크 사찰 보고 요지▽

◆ 잠정 결론

―유엔이 요구한 무장해제를 진정으로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임.

―의혹 시설 접근은 잘 협력, U2정찰기 이용 거부 등 실질 협력은 부족

―금지된 핵관련 활동 발견되지 않음

◆ 핵 및 미사일 관련

―우라늄 수입 및 핵프로그램 재가동 의혹은 현 단계에서 입증 안됨

―스커드 미사일 행방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 없음

―장거리 미사일 2종을 허용된 150㎞를 넘어 시험 발사, 일부 군에 배치

―과거 사찰단이 파괴했던 고체연료 미사일 생산용 주조실 재건

―2년간 미사일 및 미사일 개발 관련 물품 수입

◆ 생화학 무기 관련

―농축 탄저균 생산 가능한 650㎏의 박테리아 배양매체를 보고에서 누락

―1991년 폐기했다고 보고한 실험용 VX 신경가스를 무기화한 징후 포착

―122㎜ 화학 로켓 탄두를 새로 만든 벙커에서 발견

―8500L 생물학전용 병원균의 생산과 폐기 과정 불확실

―탄저균을 보고한 것보다 더 많이 생산했다는 징후 농후

유엔본부(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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