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복역 로버트김 "89세 아버님 임종케 해주세요"

  • 입력 2003년 1월 19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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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미국 국가기밀을 한국정부에 유출한 혐의로 체포돼 7년째 복역 중인 전 미해군정보국 정보분석관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金采坤·63)씨가 최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에게 자신의 사면을 호소하는 탄원문을 보냈다.

탄원문은 미 캘리포니아 앨런우드 연방형무소에 수감 중인 김씨가 손으로 쓴 것으로 A4용지 11장 분량이며 한 통은 노 당선자의 서울 종로구 명륜동 자택으로, 또 다른 한 통은 김씨의 동생 김성곤(金星坤·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원장)씨 앞으로 17일 도착했다.

동생 김씨가 19일 본보에 공개한 탄원문은 중병으로 요양 중인 김씨의 부친 김상영(金尙榮·89)씨를 그리는 장남의 애틋한 심정이 담겨 있다.

김씨는 탄원문에서 “(부친은) 현재 89세로 소인의 체포소식으로 쓰러지신 후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의식이 분명치 못한 채 아들만 그리워하고 계시는데 소인은 장남으로서 임종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안타까운 가운데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부친은 99년 9월 미국으로 김씨를 면회하러 가서 만나기 하루 전날 뇌중풍으로 쓰러졌다. 현재 경기 수원의 치매 전문요양원에서 2년째 입원 중인 부친 김씨는 최근 중풍과 치매가 겹쳐 “1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부친의 임종에 참석가능 여부는 하늘이 정해놓은 일이지만 그래도 길이 있다고 믿기에 이렇게 졸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각하의 요청이 미 법무부 사면국에 전해지면 소인은 즉시 석방되리라 믿습니다.”

9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모범수라서 형기의 15%가 감형돼 내년 7월경에 출소할 예정인 김씨는 사면되지 않으면 출소 이후 보호감찰기간인 3년 동안 미국을 떠날 수 없다.

김씨는 이어 노 당선자에게 “공명심이 없으며 세계 정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기용할 것과 미국 대사로 미 양당 지도자 및 상하양원의 실세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을 보낼 것”을 간곡히 건의하기도 했다. 김씨는 “형이 끝나는 대로 조국으로 돌아가 불우한 청소년들을 돕고 싶다”는 장래 소망을 피력했다.

김씨는 또 “노 당선자가 부산상고 재경동창회 회장이었던 부친과의 인연 때문에 지난해 동창회 명의로 금일봉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생 김씨는 “탄원문을 보니 형의 기대가 남다른 것 같다”며 “여중생 치사사건으로 한미관계가 불편한 요즘 형이 사면된다면 양국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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