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데예프 철도장관 방북성과 "北철도 재건 컨소시엄"

  • 입력 2002년 11월 7일 19시 00분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겐나디 파데예프 장관. - 김기현기자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겐나디 파데예프 장관. - 김기현기자
겐나디 파데예프 러시아 철도장관은 5일 “북한은 낡은 철도를 재건하기 위해 각국의 정부와 기업, 은행 등이 참여하는 국제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국가 기간산업인 철도의 운영을 이 컨소시엄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파데예프 장관을 로이터통신과 지지통신 등 외국 언론과 함께 만났다. 한국언론으로는 동아일보에만 유일하게 인터뷰 기회가 주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북한 방문 성과는….

“2일 김용삼(金龍三) 철도상과 ‘북-러 철도부 간 상호이해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각서에는 남북한 사이에 진행 중인 동해선 복원 사업에 러시아의 참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홍성남(洪成南) 내각총리뿐 아니라 철도연결 문제에 발언권이 큰 군부의 김일철(金鎰喆) 인민무력부장도 만났다. 북한은 철도연결 후 화물의 안전한 역내 통과를 보장키로 약속했다. 다만 북한은 지금까지 논의돼 온 평강∼원산 노선 대신 금강산∼안변∼원산 노선을 새로 제시했다.”

-최근 북-미 관계가 경색되면서 남북한 철도 복원 및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계획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철도연결은 남북한과 러시아뿐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등에도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업이다. 정치적 변화와는 별개의 경제문제로 추진되기를 희망한다.”

-낙후된 북한철도를 현대화해 TKR를 복원하는 데 드는 예상 비용과 기간은….

“지난달 23∼28일 평양에서 열린 북-러 철도공동위에서 만든 ‘북한 철도 현대화사업 타당성조사’ 결과 두만강∼평강 노선 전 구간에서 시속 60∼80㎞의 속도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5년 동안 23억∼27억달러(약 2조8800억∼3조3800억원)를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KR의 궤도와 기관차 방식 등 기술적 문제에 대한 양측의 의견은….

“북한은 기존 표준궤(1435㎜)와 러시아 궤도인 광궤(1520㎜)를 함께 깔기를 희망했으며 전력난 때문에 전철 대신 디젤기관차를 선호하고 있다. 러시아는 비용 절감을 위해 표준궤만 깔고 TSR가 전철이라는 점을 고려해 전철을 선택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라고 조언했다.”

-한국과의 협의는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가.

“5일 정태익(鄭泰翼) 주러 한국대사를 만나 북한의 입장을 전달했으며 이달 중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가까운 시일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북한 러시아 철도장관 회담을 갖기로 북한과는 합의했다. 한국에 이를 정식으로 제안할 생각이다. 철도가 연결되면 한국에서 서유럽까지 한달이 걸리는 기존 해상 운송로를 통한 물류 이동 기간을 10∼15일로 줄일 수 있고, 비용도 TEU(20피트 컨테이너)당 600달러가 절감되는 등 한국에도 큰 이익이 된다.”

-TSR와 TKR 연결에 대비한 러시아의 준비 상황은….

“북-러 국경역인 하산 기점 4㎞ 구간의 전철화와 하산∼바라노프스키 28㎞구간의 보수를 연내에 마칠 예정이다. 현재 해상으로 이동하는 물류의 10%정도인 50만TEU만 철도를 이용해도 러시아는 10억달러의 운임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TSR를 이용할 물류의 일정 규모만 보장되면 북한철도 현대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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