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일 정상회담에 바란다

  • 입력 2002년 9월 16일 18시 44분


오늘 평양에서 열리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형식은 양자 회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한반도 주변 다자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양측이 일본인 납치 의혹, 일제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 및 배상,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등 주요 의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도출하느냐에 따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이 대폭 조정될 것이 틀림없다. 고이즈미 총리가 12일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사전 조율작업을 한 것도 이번 정상회담의 이면에 놓여 있는 국제적 의미를 읽게 한다.

한반도의 주인공인 우리가 이토록 중요한 정상회담의 성사 및 준비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외교의 한계이기도 하고 남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일깨워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는 이번 회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한쪽 당사자로서 우방인 일본에 주문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처음으로 성사된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유도하는 건설적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뉴욕타임스 등 외국 언론의 지적대로 고이즈미 총리가 ‘정치적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정상회담에 임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일본인 납치 문제 등 일본 국민이 해결을 원하고 있는 양자 문제에 주력하겠지만 미사일 핵 등 다자 문제도 적극적으로 거론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북한 또한 이번 정상회담을 ‘또 하나의 깜짝쇼’로만 활용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진실로 반세기 동안 적대시하고 있던 일본과의 수교를 추진할 정도로 변하고 있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입증해야 한다. 그것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첩경이다. 북한의 변화가 입증되면 그들이 절실히 원하고 있는 미국과의 대화 재개와 남북교류 심화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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