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북자 처리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 입력 2002년 8월 27일 18시 29분


“우선 사실관계 확인부터 해야 합니다. 탈북자들이 맞다면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중국측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27일 탈북자 7명의 중국 외교부 청사 진입 시도 사건에 대해 이처럼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이 주중 외교공관에 진입했던 종래의 사건과 달리 탈북자 또는 탈북자 관련 단체의 중국 정부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중국측의 반응이 나오기 전에 정부의 입장이나 개입 수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체포된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요구했다는 점은 정부로서도 묵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들이 먼저 중국 정부기관 진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중국 국내법에 저촉되는 데다 난민지위 신청서 제출 문제도 걸려 있어 우리가 쉽게 관여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는 것.

중국측이 이번 사건의 배후 문제를 강력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그동안 중국측이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한국측에 국내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의 중국내 불법 활동 억제를 여러 차례 요청해 왔기 때문.

특히 중국측은 종전 개인적 자격으로 주중 외교공관에 진입해 왔던 탈북자 사건과 달리 처음으로 ‘자유를 갈망하는 탈북 청년동맹’이라는 탈북자 단체가 이번 사태를 주도한 점과 이들의 국내 NGO와의 연계 가능성을 집중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측이 체포된 탈북자들의 신병처리 협상에 앞서 이런 문제에 대한 ‘선(先) 해결’을 강조하며 한국측에 항의해 올 경우 한중간 외교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중국 정부의 이번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내부 기류, 전반적인 한중 우호관계와 현재 주중 대사관에 진입해 한국행을 기다리는 탈북자들의 신병처리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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