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北도발 증거발언’ 배경

  • 입력 2002년 7월 3일 18시 45분


U2 정찰기
U2 정찰기
한미 군 당국은 “6·29서해교전은 남측의 도발에 의한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억지임을 밝혀줄 물적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3일 “서해교전 당시 북한의 도발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것은 미국의 군사정보기관이 이번 교전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정보자료를 입수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군 정보 관계자들은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부터 교전 종료 때까지 1시간에 걸친 한반도의 긴박한 상황을 미 군사당국이 ‘손금 보듯’ 관찰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루 수 차례 한반도 200∼500km 상공을 통과하는 첩보 위성인 KH9과 KH11이 교전 상황을 정밀 촬영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위성은 평소에도 북한 상공에서 북한군의 일거수 일투족을 사진으로 찍어 지상으로 보내고 있다.

또 한반도 24km 상공을 동서로 24시간 비행하는 정찰기인 U2기도 교전 장면을 목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U2기에 장착된 첨단 촬영장비는 지름 10cm의 지상 물체를 식별할 만큼 성능이 뛰어나서 생생한 교전 현장을 포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 정찰기는 교전 당시 북한군의 주요 통신 내용이나 레이더 전파 정보를 수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군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 밖에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배치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와 적군의 주파수 정보를 샅샅이 수집하는 RC-135 정찰기 등도 중요한 교전 관련 자료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비해 우리 군은 연평도와 서해안 일대 곳곳에 설치된 레이더와 통신 감청반, NLL 주변을 초계 중인 해군 함정 레이더가 북측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 전부다. 따라서 북측의 선제 도발을 입증하고 교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위해선 미국 군사당국의 첨단 정보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향후 대처를 위해 미군 측에 첩보자료 제공을 요청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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