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특파원 르포]‘美-中-러 각축장’ 중앙亞현장을 가다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13분


《9·11 테러 이후 미국 주도하의 다국적군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상대로 대 테러전쟁을 벌인 지 6개월. 석유와 가스 등 자원의 보고(寶庫)인 중앙아시아가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했는데도 이라크에 대한 확전을 공언하면서 이 지역에 장기 주둔 채비를 갖추고 있다. 나폴레옹 시대 이래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있던 안마당을 내주게 생긴 러시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위협을 느낀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도 미국이 주도하는 확전구도를 깨기 위해 최근 리비아 이란 등 아랍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미국의 팽창주의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3국의 각축의 현장인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을 14일부터 1주일간 돌아보았다. 》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35㎞ 떨어진 마나스공항.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에 참가한 키르기스스탄 주둔 다국적군 기지가 있는 곳이다.몇 개월 전만 해도 낡은 러시아제 여객기와 수송기 몇 대가 고작이던 활주로에는 미국의 최신예 F18전투기와 프랑스제 미라지2000 전투기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미국 본토나 독일의 미군 기지에서 날아온 C5 수송기에서 장비와 군용물자를 내리고 있고 다국적군 장병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공항 건너편으로 방호벽으로 둘러싸인 기지 안에는 컨테이너 건물과 천막이 펼쳐져 있었다.

지난해 12월 도착한 다국적군은 당초 올해 말까지 기지를 사용키로 했다. 그러나 장기주둔할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실제 미국은 기지 건설 때 1m 높이로 자갈을 깔아 배수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다국적군은 현재 미국 프랑스 등 9개국 1400여명. 그런데도 마나스기지를 3000여명의 병력이 주둔할 수 있는 규모로 계속 확장하고 있다. 미군은 이미 키르기스스탄 정부와 주둔국지위협정까지 맺었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키르기스스탄이 인구 475만명인 소국이지만 중앙아시아에서도 한가운데에 위치한 전략 요충이기 때문이다. 마나스공항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까지 3시간, 남부 칸다하르까지 5시간이면 병력을 공수할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에 미군이 잇달아 주둔하면서 이 지역의 힘의 균형은 크게 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러시아는 위협을 느끼고 있다.

▼관련기사▼

- 로이드 다국적군 사령관 “아프간전 끝나지 않았다”

6000여명의 병력을 키르기스스탄에 주둔시켰던 러시아는 여전히 100여명 안팎의 군사고문단을 남겨두고 있고 항공통제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 다국적군 관계자는 “최근 기지를 방문한 키르기스스탄 주재 러시아 대사가 시종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제는 다국적군 주둔으로 나아지고 있다. 평균 3개월마다 교대하는 다국적군 장병들을 비롯해서 외신기자와 외교관들이 몰려들면서 수도 비슈케크는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계은행(IBRD) 등이 투자해서 만든 키르기스스탄산업은행(KICB)의 최광영(崔光永·전 대우증권 이사) 행장은 “키르기스스탄 경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외국군 주둔이 미치는 경제적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기지 제공을 대가로 미국 등으로부터 대규모 경제지원이나 투자를 약속 받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파병을 관광 개발 등 투자와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미-러군 중앙아시아 주둔현황
미군(다국적군)러시아군
우즈베키스탄제10산악사단 주둔
카나바드 공항 F16 전투기 배치
키르기스스탄마나스 공군기지 F18 8대
미라지2000 6대 등 모두 31대
병력 1400여명
러시아가 항공통제 100여명 안팎의 군사고문단
타지키스탄쿨랴프 공항 공군 약간명 201기계화사단 주둔 러 장교가 국경경비대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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