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對北주도권 강한 의지 "변화시키되 끌려다니지 않겠다"

  • 입력 2002년 2월 16일 18시 27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후 그의 대북 관련 발언은 겉보기에 매우 모순돼 보인다.

북한에 대해 “모든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어르면서도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등 유화적 발언도 함께 내놓고 있기 때문. 물론 그동안 북한과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강경한 발언에다 상대적으로 무게를 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등 핵심관리들의 말을 잘 곱씹어보면 미국의 대북 접근방식은 나름대로 일관성을 갖고 있다.

북한에 대해 ‘악의 국가’라는 강경한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 대응에서는 대화를 통한 유연한 접근 방식을 추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다만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대화에 나서겠지만 과거처럼 북한이 하자는 대로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그들(북한 등 3개국을 지칭)이 처신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미국의 분노를 살 것(1월 31일)”이라고 말한 것이나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은 북한에 달려 있다(2월 1일)”며 무기 수출 중단 등을 강력히 촉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 등 강경 발언이 한반도에 불필요한 긴장감을 초래했다는국내외 비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15일 한중일 3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통일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며, 북한과 조건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부시의 '악의 축' 발언과 이후의 주요 발언
발언시기발언 내용
1월29일
(연두교서에서)
북한은 이란, 이라크와 함께 세계평화를 위협하려고 무장하는 ‘악의 축’을 이루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을 굶주리게 하고 있다.
1월31일
(플로리다주 방문 중)
우리는 테러와 악의 협박을 좌시할 수 없다. 우리는 반드시 목표를 수행할 것이며 기꺼이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2월1일
(압둘라 요르단 국왕 접견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제안은 그들이 한반도에서 재래식무기를 뒤로 물리고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 것이다. 3개국에 대해서는 모든 대안이 검토되고 있다.
2월8일
(콜로라도주 방문 중)
테러세력뿐만 아니라 미국과 우방국을 파괴할 목적으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들을 분쇄하기 위해서도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월11일
(위스콘신주 방문 중)
3개국이 우리의 생활 방식을 위협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들 나라들을 다루는 데 아무 것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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