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호무역정책에 비판 홍수…세계경제포럼 5일 폐막

  • 입력 2002년 2월 4일 18시 11분


스위스의 다보스를 떠나 처음으로 해외에서 열린 뉴욕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가 4일(한국시간 5일 오전) 폐막된다. 내년 제33차 연차총회는 다시 다보스에서 열린다.

‘불안정한 시대의 리더십’이란 주제로 닷새간 계속된 이번 총회에서 세계의 지도급 인사들은 9·11 테러 이후 불안해진 세계 정치와 경제, 국가와 민족 및 종교간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참석자들은 특히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지칭하면서 대(對)테러전 확전 의사를 내비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강경 기조와 독주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의 경제·통상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이 농업 및 섬유부문에서 보호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빈곤국들의 세계경제 편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시아 경제에 대한 평가〓2, 3일 회의에선 한국 말레이시아 일본경제가 주된 화제였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는 ‘자본의 흐름’에 관한 워크숍에서 외환위기 당시말레이시아가 취했던 고정환율제가 성공적인 결실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는 “당시 고정환율제를 실시하면 외국자본이 모두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고 외국의 큰손들에 의한 주가조작도 막을 수 있었다”며 “수출은 급속히 증가했고 주가지수도 262에서 900으로 급상승했다”고 자랑했다.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도 2일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세계화와 지식산업 등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룸에 따라 99년 이후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이 성공할 경우 이는 일본의 경제개혁 프로그램 마련에도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경제에 대해선 비판이 많아 대조를 이뤘다. 미국의 케네스 댐 국무부 부장관은 “일본 경제가 조만간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회의장 주변 모습〓회의 기간에 파룬궁(法輪功) 수련자 등을 포함한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이 평화적인 시위를 벌인 것 외에 특별한 사건사고는 없었다. 반(反)세계화 시위대들도 뉴욕 경찰이 9·11 테러사건 처리로 인해 영웅으로 부각된 점을 의식한 듯 정면 대치와 과격행동은 삼가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뉴욕〓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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