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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30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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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화를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제32차 총회가 31일(현지시간)부터 다음달 4일까지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다.
세계 100여개국에서 3000여명의 인사가 참석해 300여개의 분임토의를 벌이는 올해 WEF 총회는 31일 저녁 ‘희망을 위해’라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개막사로 시작된다. 이번 총회는 9·11테러 이후 표출되고 있는 정치 경제 문화적 갈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하며 주제도 ‘불안정한 시대의 리더십:미래공존을 위한 비전’으로 정했다.
▽무엇을 논의하나〓올해 총회에서 논의되는 6개 소주제 중 4개는 국제테러리즘을 비롯해 새로운 차원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기업 개인의 전략과 9·11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시민권 보호와 국가안보의 균형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이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분임토의는 마지막날 마련되는 ‘미래의 패러다임:이슬람의 목소리’. 이 세션에서는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이 참석해 미국과 아랍권의 관계 재설정에 대해 토론한다.
종교적 갈등을 치유하는 자리를 갖고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투투 주교 등 세계 43개국 종교단체 대표들을 특별 초청한 것도 WEF 총회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테러 대응 방안과 함께 이번 총회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주제는 세계경제 회복. 일본 아르헨티나 등의 사례를 통해 투자위축, 실업 증가 및 소비자 신뢰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재정 금융정책을 모색한다.
또한 이번 총회는 처음으로 경제지도자들의 정치적 역할에 대한 토론을 전개한다. 테러사태에서 보듯이 재계 리더들이 정치 안보 등 비경제적인 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다는 인식아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이 참석해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참여’를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누가 참석하나〓이번 총회에는 개최국 미국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 폴 오닐 재무장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이 참석하며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존 하워드 호주 총리, 조지 로버트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총장 등도 모습을 보인다.
경제계에서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 필 콘디트 보잉 회장, 금융인 조지 소로스 등이 참석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0여명의 왕자를 포함한 80여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한다.
그러나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재계지도자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으며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1, 2명씩만이 모습을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29일 “미국과 유럽의 지도자들이 참석자의 주종을 이루는 것이 WEF 총회의 한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매년 1만7000달러의 WEF 회원 연회비와 7000달러의 포럼 참가비를 내야한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세계 사회포럼▼
‘지금과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맞서 반(反)세계화 진영의 사회운동가들이 주축이 된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WSF)의 구호다.
올해로 2회째인 WSF가 WEF와 비슷한 시기인 3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브라질 항구도시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열린다.
WSF는 지난해 1월 같은 장소에서 각국의 반세계화 운동가 1만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출범했다. 99년 미국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 반대시위에서 위력을 발휘한 반세계화 진영의 힘을 조직화하기 위한 취지였다.
브라질 노동자당이 시장을 배출한 포르투알레그레는 참여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진보적 운동의 모범 사례로 꼽혀 포럼 장소로 결정됐다. 남미의 이 무더운 소도시는 WEF의 개최지인 스키 휴양지(스위스 다보스)나 ‘세계 자본주의 수도’(뉴욕)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셈.
포럼 주최측은 “WEF가 부의 집중, 빈곤의 세계화, 지구의 파괴를 상징한다면 우리는 인류와 자연이 중심이 되는 세계를 향한 희망을 상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포럼에는 약 200개의 사회운동단체에서 5만여명이 참석한다. 국제인권연맹 국제사면위원회 그린피스 등 국제 비정부기구(NGO)뿐만 아니라 브라질의 ‘땅 없는 사람들의 운동’, 미국의 ‘지구의 친구들’, 프랑스의 ‘농민연맹’, 태국의 ‘빈민연합’ 등 각국 주요 단체들도 참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참여연대와 WTO반대국민행동 등이 참석한다.
국제노동기구의 후안 소마비아 사무총장, 미국의 비판적 지성인 노엄 촘스키, 필리핀 사회학자 월든 벨로, 92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과테말라 원주민 인권운동가 리고베르타 멘추 등이 주요 참석자다.
포럼 기간동안 27개 회의, 700개의 소모임, 800여회의 워크숍이 열릴 예정. 부의 생산과 사회적 재생산, 시민사회와 공공영역의 확대 등 4개 대주제 아래 국제투기자본 규제, 저개발국 부채 탕감, 새로운 세계정부체제, 민주주의 개혁, 농산물 시장 개방 의무화 반대, 유전자조작 농작물 금지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선대인기자 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