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받는 그린스펀… “저금리 이제그만” FRB위원 반란

  • 입력 2002년 1월 3일 18시 01분


미국 경제가 빠르면 올해 3, 4월경 경기저점을 통과, 본격적인 성장세로 돌아설 거라는 예상이 강해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사진)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침체가 곧 회복세로 반전된다면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정책을 상향기조로 바꿔야 하는 게 일반적인 처방이다. 연방기금 금리는 지난해 무려 11차례의 인하조치를 통해 6.5%에서 40년 만에 최저인 1.75%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은 정보통신 기술의 향상으로 생산성이 끊임없이 혁신되기 때문에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고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신경제론에 대한 신념을 고수하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분석.

문제는 과연 그의 뜻대로만 FRB가 움직일 수 있겠느냐는 것. 87년 취임한 이후 14년 동안 범접할 수 없는 권위로 12명의 연방은행총재와 7명의 FRB위원을 통솔해 왔지만 최근 들어 신경제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그의 지도력도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달 로렌스 마이어 FRB위원의 발언. 그는 세인트루이스에서 강연을 통해 “생산성 향상의 장기전망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첨단산업에 대한 광적인 투자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보다 2주 앞서 그린스펀 의장이 휴스턴의 라이스대학에서 “생산성 향상의 장기전망은 실질적으로 전혀 약화되지 않았다”고 발언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린스펀 의장으로선 재임 14년 만에 처음 들어보는 공개비판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2월 28일 그의 발언은 단순한 한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FRB 내부에서 전개되고 있는 그린스펀 의장의 신경제론에 대한 논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FRB 내부에서도 90년대 말 첨단산업에 대한 자본투자가 상당분 ‘과잉’이었다는 사실을 무시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드워드 켈리 FRB위원도 “지난 2년간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경기순환이 심각한 양상을 띠었다”면서 “이제는 구(舊) 경제로 돌아간 듯한 인상”이라고 말해 그린스펀 의장에게 등을 돌렸다.

이 논쟁의 결말은 올해 미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전망.

이 신문은 “그린스펀 의장이 이길 경우 FRB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고 마이어류의 부정적 시각이 이길 경우 보다 신속히 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를 상향기조로 바꾸면 돈이 높은 금리를 좇아 증시에서 은행권으로 이동, 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반대로 그린스펀 의장의 고성장론이 받아들여질 경우 연방재정 흑자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정책도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동안 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만장일치를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이견이 제기되더라도 표결에 부치지 않고 뜻대로 금리정책을 결정해 왔으나 이번만큼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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