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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0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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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론 78%지지…동맹국선 반대▼
미국의 대 테러전쟁이 이라크로 확대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 보인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성공리에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공격에 대한 국내 지지도 높고 명분도 쌓여가고 있다고 미국은 보기 때문이다.
물론 딕 체니 미 부통령은 9일 “이라크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시기와 방법만이 문제일 뿐 공격한다는 원칙은 이미 세워졌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당초 이라크의 9·11 테러 연루 가능성에 주목해 왔으나 이렇다할 증거를 잡지 못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비롯한 이른바 불량국가들의 대량 파괴무기 개발을 다시 문제삼고 나온 것은 그 직후였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최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對) 이라크 공격에 대한 지지율은 78%로 나타났다. 군사행동보다 외교해결을 주장해온 행정부 내의 온건파 목소리도 크게 잦아들고 있다.
그러나 국제여론은 여전히 차갑다.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부터가 확전에 부정적이다. 프랑스 러시아도 무력사용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9일 “확전 시도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난했다. 아랍국가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이를 단순한 ‘테러와의 전쟁’의 연장으로 볼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이라크 공격 시나리오는…▼
미국이 극비리에 수립한 이라크 공격 시나리오의 핵은 이라크내 반(反) 사담 후세인 세력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릴 때처럼 현지 반대세력을 지원해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키겠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초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등에 지시해 마련한 3단계 작전계획은 다음과 같다.
먼저 북부의 쿠르드족 반군과 바그다드 주변의 수니파 이슬람 단체, 남부의 시아파 반군 등 3개 반 후세인 세력을 지원해 봉기하도록 만든다는 것.
그리고 봉기가 시작되면 곧바로 미군 폭격기가 이라크의 주요 군사시설을 파괴하고 이어 미 지상군을 투입,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당시 수개월 내에 공격이 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옵서버지는 미국이 이 같은 군사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이라크의 반군세력들에게 봉기할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 중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이와 관련,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지난 주 앙카라를 방문, 터키측과 이라크 공격시 공항과 지상군 주둔지 제공 여부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 이라크 공격에서 걸프전 때처럼 미군을 직접 투입하는 것보다 이처럼 ‘아프간 모델’을 도입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옵서버는 전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