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자유찾은 카불의 女人들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11분


탈레반군이 수도 카불 등 주요 지역에서 밀려나면서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5년만에 다시 찾은 ‘해방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탈레반 정권하에서 기도로 소일했던 남자들은 성직자들이 탈레반군과 함께 퇴각하면서 회교사원(모스크) 대신 길거리로 몰려나왔으며 집에만 갇혀지내던 여성들도 세상 밖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 곳곳에서 약탈이 자행되면서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원조단체들은 14일 마자르이샤리프 등 일부 지역에서 구호물자 선적을 중단하는 등 혼란스러운 양상도 계속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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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카불 女아나운서 등장

◆달라지는 여성=탈레반 퇴각 후 가장 달라진 모습은 길거리에 등장한 여성들. 탈레반은 남성 가족이나 친척을 동반하지 않았을 경우 여성의 외출을 전면 금지했지 때문에 길거리에서는 여성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탈레반 퇴각 후 북부동맹이 약속한 취업과 교육의 기회를 알아보기 위해 남성을 대동하지 않고 외출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특히 여성 교육이 허용되면서 과거 건물 지하에서 비밀리에 운영됐던 여학교들에는 입학지원자들이 4∼5배씩 늘기 시작했다.

92∼96년 내전으로 남성들이 대거 사망하면서 현재 아프가니스탄 인구 2000만명 중 여성 인구는 65%에 가까운 13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아프간 여성해방단체인 여성혁명동맹(RAWA)은 여성의 취업이 즉각 허용될 경우 공무원 교사 등 일부 직업에서는 1∼2년 내에 여성의 비율이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은 부르카=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북부동맹이 약속한 자유를 환영하고 있지만 아직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탈레반 퇴각 후 외출에 나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대부분은 아직 온몸을 감싸는 부르카(눈까지 망사 처리한 아프간 여성 옷) 차림이었다. 전직 의사인 나지바 아심(34)은 “탈레반 정권 하에서 여성들은 부르카를 쓰지 않으면 돌로 맞아죽거나 염산 세례를 받았었다”면서 “북부동맹이 어떤 사람들인지 정확히 알기 전까지는 부르카를 쓰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다.

AP AF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북부동맹에 참여한 일부 부족들이 탈레반보다 훨씬 여성을 억압해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부동맹 실력자인 압둘 라술 사야프 장군은 14일 여성의 부르카 착용이 아직 필요하며 여성에 대한 투표권 허용을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RAWA의 세히르 사바 의장은 14일 “여성에 관한 한 북부동맹도 탈레반과 같은 원리주의자들”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여성의 자유가 크게 신장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미경·박윤철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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