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각료회의 막판절충…결렬 가능성도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6시 38분


뉴라운드 출범을 위한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는 일정을 하루 연장하면서까지 막판 타결을 시도했으나 결렬로 끝날 가능성마저 나타나고 있다. 각국이 14일까지 의견 조율에 나서고 있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제3차 각료회의에 이어 도하 각료회의까지 뉴라운드 출범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 뉴라운드 논의는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견상 뉴라운드 출범 논의를 계속한다는 모양새를 취한다 해도 향후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21세기 새로운 다자간 무역질서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쌍무간 논의와 지역주의를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 WTO 체제에 대해서도 회의(懷疑)가 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이 난항과 진통으로 점철된 것은 유럽연합(EU)과 개발도상국의 강력한 반발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더 깊게 들여다 보면 미국의 지도력 약화와 WTO 체제가 취하고 있는 만장일치제의 문제점이 지적된다.

EU는 농업부문의 수출보조금과 환경문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14일 막후협상에서도 국제협상력이 뛰어난 프랑스가 “수정 초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고 하자 다른 EU 회원국도 대부분 이에 동조했다. 15개 EU 회원국은 WTO협상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게 돼 있다.

EU가 환경문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뉴라운드 출범을 위해 다른 부문에서 대폭 양보를 했는데도 자신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다른 회원국이 수용하지 않자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인 프랑스는 농산물 수출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강경개도국들은 WTO협정 이행문제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관심사항인 섬유 부문에서 미국 등 선진국이 수용하는 시늉만 하고 이행 일정표를 늦춰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프리카 최빈국들은 경제개발에 대한 지원 약속이 적은데다 회의가 선진국 주도로 이뤄져 투명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뉴라운드 출범에 반발했다.

이같은 각국의 엇갈리는 이해를 조정해 온 미국은 약화된 지도력 탓으로 과거와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EU와 개도국이 끝까지 미국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분위기였으나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미국이 국제기구에서 종종 따돌림을 당하고 기후변화협약 체결에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는 등 고립 조짐이 나타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더구나 WTO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국가 수가 많은 개도국이 반발할 경우 실질적인 이득을 주지 않고는 이들 국가를 달랠 수 있는 카드가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협상 때부터는 중국이 새로운 맹주로 등장할 것이 확실하므로 만장일치제를 택하는 다자간협상에서 합의를 도출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하(카타르)=김상철기자>yc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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