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發 금융위기 경제 발목잡나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41분



아르헨티나가 대외부채에 대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세계경제를 또다시 짓누르고 있다. 가뜩이나 9월11일 미국 테러사건 충격으로 6개월 이상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경제가 ‘아르헨티나발(發) 금융위기’에 발목이 잡혀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의 경제교류가 교역, 직접투자 및 대출금 등을 모두 합해 6억∼7억달러 정도여서 직접적인 충격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흥국가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짐에 따라 해외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또 세계 주가가 동반하락하면 외국인 자금유입이 줄어 국내주가도 떨어지는 등 간접적 영향에서는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글로벌화된 세계경제 속에서 한 나라의 경제위기는 다른 나라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총외채는 현재 1320억달러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의 53%, 연간 수출액의 4배에 이르는 규모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외채만도 440억달러로 외환보유액(230억달러)의 2배 가까이 된다.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및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일제히 아르헨티나가 더 이상 과다한 외채를 감당하기 힘들어 외채 중 적어도 380억달러에 대해 디폴트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현재 연 25%짜리 채권을 연 7%짜리로 바꾸는 채무교환을 추진 중인데 채권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실상 디폴트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디폴트 임박설이 나돌면서 아르헨티나 주가(메르발지수)는 29일 8.67%나 폭락했다. 아르헨티나 채권에 붙는 가산금리(스프레드)도 이날 1.75%포인트 올라 20.03%포인트를 나타냈다. 1995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한국 외평채의 스프레드가 1.10%포인트인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나게 높은 것.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권기수 전문연구위원은 “가장 신용이 낮은 국가 중 하나인 나이지리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사실상 정크본드”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 침체는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권 전문연구위원은 “64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아르헨티나에서 보유중인 외국계 은행의 피해가 예상되는 데다 신흥시장의 가산금리가 높아져 국제금융시장이 경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 구영훈 박사도 “미국 테러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침체국면이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경제교류가 적어 직접적인 충격파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아르헨티나에 대한 수출은 연간 약 4억달러, 직접투자는 1억달러, 금융기관 대출은 1억2000만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재경부 이명규 국제금융과장은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 신흥시장과 차별화되고 있다”며 “아르헨티나 위기가 발생한다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기가 인근 브라질 등 중남미로 확산되면 연간 3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올리는 남미지역에 대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피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구영훈 박사는 “아르헨티나 채권은 950억달러로 신흥시장 전체의 25%나 돼 일부만 디폴트되더라도 국제채권시장이 일시적으로 마비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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