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관광업계 ‘테러 여진’…관광객 줄어 경제 주름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01분


세계 각국의 관광업계가 거센 ‘테러 여진(餘震)’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테러공포의 확산과 함께 장거리 해외여행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자 프랑스 스위스 이집트 등 ‘관광 대국’들은 관광객의 급감과 항공업계의 수입 격감으로 경제 전반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한해 7500만명의 관광객을 자랑하는 프랑스는 미 테러사건 이후 관광객이 20% 가량 줄어들었다. 최대 관광도시 파리는 수적인 면에서나 씀씀이 면에서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미국과 일본의 관광객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20% 이상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이집트 같은 아랍권 국가들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아랍권의 관광대국인 이집트는 서구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이달 들어 관광수입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비교적 여건이 나은 동남아 지역이나 공산권 국가들도 테러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 관광대국 싱가포르는 테러 이후 관광객이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특히 미국과 일본 관광객은 20%이상 줄어들었다. 베트남 역시 ‘테러로부터 안전하다’는 구호를 내걸었지만 4500만달러의 관광수입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관광을 주소득원으로 삼고있는 쿠바는 9월 이후 관광객이 급감, 올 목표치인 220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200만명을 채우기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국제 호텔 및 여행업계에선 900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생겨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장 세계 곳곳에 120여개의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의 다국적 여행업체 ‘클럽 메드’는 최근의 경영난으로 15개의 리조트를 폐쇄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각 국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되돌릴 묘안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다.

다급해진 프랑스는 연말 시즌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쇼핑은 파리에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만달러의 홍보비용을 긴급 투입해 미국 관광객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겨울철 스키시즌을 앞둔 스위스도 캠페인 비용으로 290만달러의 예산을 배정해 ‘스위스는 안전한 나라’라는 관광 홍보 캠페인에 나섰으며 인근 오스트리아 역시 ‘안전하고 가까운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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