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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8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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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마약 제조 판매혐의로 97년 9월 하얼빈(哈爾濱)에서 체포된 신모씨(41)에 대해 올 9월 사형을 집행했으나 선양(瀋陽)주재 한국영사관의 거듭된 독촉을 받고서야 26일 이 사실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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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는 “6월 헤이룽장(黑龍江)성 정부와 최고인민법원에 공문을 보내 재판 진행과정에 대해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며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의 37조A항에 의거, 중국 정부는 신씨의 사형집행 사실을 한국에 알려주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외교적 관례 위반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한국 정부의 책임이 면제되는 건 아니다. 주중 한국대사관측이 신씨의 재판 처리과정에 대해 공문으로 중국측에 질의한 것은 6월 단 한 차례에 불과했기 때문.
특히 주중 한국대사관이 4년에 걸친 신씨의 재판 과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은 큰 문제다. 마약관련 범죄를 특히 엄하게 다스리는 중국에서 7.5㎏이나 되는 대량의 히로뽕을 제조 판매한 혐의를 받은 신씨의 경우 중형 언도가 예상되는 만큼 한국대사관이 사태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았어야 했다.
게다가 중국측은 외국인 범죄자인 신씨의 시신을 곧바로 화장했다고 밝혀 한국에 있는 신씨의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와 함께 체포돼 재판을 받았던 정모씨는 지난해 11월 구금 도중 사망했으나 중국 당국은 이 사실을 6월 하순 한국측에 구두 통보하는 데 그쳤다. 특히 정씨의 시신은 사망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가족에게 통보도 되지 않은 채 하얼빈시의원에 방치돼 있을 정도다.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의 한 영사관계자는 “정씨의 사망 사실을 구두 통보받고 헤이룽장성 외사판공실에 시신 안치장소 등을 문의했으나 답변이 없었다”면서 “정씨가 위조여권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우선 한국인 여부를 가리는 작업을 다음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측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한국인을 체포 구금하거나 재판을 집행하면서도 우리측 공관에 통보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4월 상하이(上海)에서 체포 구금된 김모씨도 체포당한 지 2개월 후에 한국영사관에 통보됐으며 6개월이 지난 9월에야 무혐의로 풀려 나왔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인 수는 15만명을 넘었고 점차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처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할 위기에 빠져 있다.
정부는 중국정부의 외교적 결례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돼 있는 한국인 마약사범은 1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종훈기자·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