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기전 수렁’에 빠지나…19일째 공습불구 지도부건재

  • 입력 2001년 10월 25일 18시 42분


미국이 수행하고 있는 ‘대테러 전쟁’이 당초 우려했던 대로 장기전의 수렁으로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시작한 이래 25일로 만 19일이 지났지만 정규군 투입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레반 지도부와 오사마 빈 라덴 제거’라는 전쟁 목표를 이달 내에 달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당장 다음달부터 겨울철에 접어드는 데다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11월17일)이 다가오게 되면 미군보다는 탈레반측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쟁 양상이 바뀔 공산이 크다.

미국이 최근 탈레반측의 연료 정비창 병참선 등에 대한 집중 공습으로 탈레반측의 전쟁지속 능력을 무력화하는데 주력한 것도 장기전에 대비한 전략 수정으로 분석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상황을 중간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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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쟁 양상 및 ‘혹한기 전투’ 채비〓미국은 24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과 북부 요충 마자르이샤리프, 남부 칸다하르 일대의 탈레반 부대와 병참선에 미사일과 폭탄 3000여발을 쏟아붓는 등 개전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했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공습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측은 이날도 마자르이샤리프 등에서 북부동맹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등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미 합참 작전차장 존 스터플빔 해군 소장은 “그들이 강인한 전사임이 드러나고 있다”며 탈레반측의 거센 저항을 예상치 못했음을 시인하고 “겨울이 오기 전 공습을 끝내고 싶지만 현실성이 없다”며 장기전을 우려했다.

영국 BBC방송은 탈레반측이 주민에게 로켓발사기와 기관총 등 무기를 공급해 구소련과의 전쟁 때처럼 ‘장기 인민전쟁’으로 끌고 가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변화 기류〓미국은 개전 초기 이번 전쟁이 테러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지 이슬람과의 전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서방진영의 영국을 비롯해 일본 이탈리아 호주 등의 병력 지원 성과도 얻어냈다. 특히 미국은 우즈베키스탄에 공군기지를 얻어 중앙아시아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공습 과정에서 오폭으로 민간인 1000여명이 희생되고 난민 350만명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미국 지지 기류도 점차 바뀌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중국 등은 “미국의 공습이 민간인 피해를 낳고 있는 만큼 유엔 주도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은근히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러시아와 이란은 미국의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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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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